배우 이제훈, 영화 '도굴'서 천재 도굴꾼 강동구 역 맡아 열연
"대본만 따라가도 에너지 샘솟아… 가장 즐겁게 촬영한 작품"
"'비밀의 문' 이후 조우진과 재회 고대… 드디어 원 이뤘어요"
   
▲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멀끔한 인상이 보기 좋았던 청년,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여러 단편영화·독립영화에 얼굴을 비치더니 '파수꾼'(2010)과 '고지전'(2011)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건축학개론'(2012) 속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그는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갔다. 어느덧 데뷔 13년 차를 맞았지만 자신은 도화지라는 말처럼 새롭게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배우 이제훈의 이야기다.

"평소 제 일상은 그다지 다양하지도 않고,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거든요. 집에서 영화 보는 게 가장 좋고. 활발하게 저의 인생을, 이제훈이라는 사람의 일상을 보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하고, 연기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느낀다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제 삶을 많이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최근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제훈을 만났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사냥의 시간'의 극장 상영이 무산된 뒤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이제훈은 "많은 관객분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많이 두근거리고, 많은 분들이 극장에 오셔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 이제훈은 사건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면서도 능청스러운 매력을 십분 발휘,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즐겁게 한다. 본인 역시 너무나도 행복했던 작품이란다.

"이런 캐릭터를 만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들뜨면서 말도 많고, 굉장히 까불거리잖아요. 설계자, 리더로서 극을 이끌어가면서 쓸이꾼 기질도 있고, 천연덕스러운 부분이 평소의 저와는 간극이 있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을 했죠. 그런데 사실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게 대본이 너무 재밌고 신나서 그 흐름만 따라가도 저절로 에너지가 샘솟더라고요. 함께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다 보니 더 신났고, 감사하게 좋은 선후배분들을 만나서 제가 촬영했던 작품 중 가장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장에 왔던 작품이에요."

강동구라는 캐릭터를 만난 뒤 자기표현이 부쩍 늘었다는 이제훈. 그는 "원래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를 경청하는 타입이다. 맞장구를 치고 '내 의견은 그래' 후에 이야기하는 타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떠들고 표현해서 그런지, 사람들을 만나면 제가 주도하려는 제스처가 불쑥불쑥 나오더라고요. 그게 흥미로웠어요. '나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싶었죠.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사람들이 나쁘지 않게 받아주는 것을 느꼈을 때 되게 재밌었고요. 선배님들 만났을 땐 말수가 거의 없었는데, 이젠 선배님을 만나도 편하게 제 이야기를 두서없이 건넬 수 있는 변화가 생겼어요. 전 그 변화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소재가 도굴이다 보니 녹록지 않은 촬영 환경이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흙 맛만 봐도 유물을 파악할 수 있는 강동구를 연기하는 상황 속 "제가 연기할 때 불편할까 봐 소품 팀이 돼지바 표면의 알갱이들을 하나하나 긁어 준비해주셨다. 이렇게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편하게 집중하며 할 수 있는 거구나 느꼈다. 흙 맛이 아닌 아주 달콤한 초콜릿 맛을 느끼면서 연기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 공간이 협소하고 꽉 막히다 보니 흙먼지 같은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긴 했어요.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서 씻으면 코, 귀에서 자연스럽게 검은 것들이 묻어나오고 흙탕물이 즐비한 걸 보면서 '오늘도 한바탕 굴렀구나' 생각했죠."

고된 촬영의 연속에도 화기애애했던 촬영장 분위기는 좋은 배우들,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2014년 드라마 '비밀의 문'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조우진과의 재회가 이제훈의 마음을 강하게 이끌었다.

"'도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캐릭터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이 캐릭터를 누가 맡을지 정말 궁금했는데, 존스 박사를 조우진 선배님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같이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반농담식으로 '조우진 선배가 안 하면 나 안 해' 이야기할 정도로 함께하기를 고대했어요."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비밀의 문' 당시 조우진과 몇 차례 만나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대사 몇 마디를 주고받았을 뿐 깊은 인연은 맺지 못했다고. 그럼에도 이제훈은 "큰 교감을 할 기회나 이야기할 부분이 없었는데, 연기를 보고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하지?', '이 배우 뭐지?' 하고 절 되게 긴장시켰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우진 선배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어? 나 저 분 아는데' 하고 느꼈던 작품이 '내부자들'이었어요. 그 이후로 열렬한 팬으로서 지켜봤고. 꼭 다시 만나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에 만날 수 있게 돼서 드디어 원을 이뤘다고 해야 할까요. 그때를 조우진 선배도 기억하고 있고. 형수님께서 드라마 촬영 때 같이 다니셨는데, 기억을 하시더라고요. 조우진 선배 집에 가서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추억에 젖어드니 감회가 새롭고, 뭉클했어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조우진 선배가 컸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에서는 조우진과의 브로맨스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윤실장 역을 맡은 신혜선과의 은근한 러브라인 요소도 흥미를 더한다. 이는 영화의 방향성을 위해 편집된 결과물이라고. 이제훈은 "그래서 디렉터스컷으로 내용이 추가돼 보여드릴 수 있다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목적성이 분명하잖아요. 그런데 두 사람이 긴장감을 가지고 선을 탄다는 게 흥미로운 것 같아요. 서로 경계하는데,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라고 할까요. 영화의 마무리 지점에서 두 사람이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뭔가를 던져주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그려진다면 더 재밌는 관계성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도굴'이 관객들의 동의를 얻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후속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한 이제훈. 그는 '도굴'을 비롯해 좋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찾고 있고, 좋은 기회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라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감독님들께서 어떤 도화지로 저라는 사람을 그려줄지 기대가 돼요. 전 어떤 변화라도 받아들일 의향이 있거든요. 영화계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아직 그려지지 않은 모습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작품 속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 절 그려나가고 싶어요."


   
▲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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