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인터넷 없이 쇼핑·출퇴근·음식 주문 등 체험…시간·비용 등 경제적 이익 차이 발생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노인들의 정보격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오프라인 경제가 쇠퇴하면서 노인들의 정보소외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온라인 뱅킹 등은 노인들에는 또 다른 장벽이다. 코로나19 이후 다중밀집시설 출입에 필수인 QR코드 역시 노인들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딴 세상이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95%를 넘고 있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노인들의 삶은 더욱 고립되고 고달퍼지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펜은 '정보문명 딜레마-스마트 외딴섬 노인들' 심층 기획 시리즈를 통해 노인들의 정보소외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령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시리즈 순서>
①터치로 연결된 스마트 세상…더 고독한 노인들
②스마트폰 없는 삶…'불편은 기본, 돈은 덤으로'
③언택트시대…스마트폰으로 '자유' 찾는 노인들
④혁명의 발상지 영국, 교육으로 디지털 격차 줄인다
⑤전문가들이 보는 노인들의 정보 소외, 해법은?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아무리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의 기능들을 활용할 수 없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고령층의 경우 스마트폰 보유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모바일 기기 활용 능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통계정보연구실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의 '호모 스마트포니쿠스, 세대별 진화 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70대 이상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3년 3.6%에서 2018년 37.8%로 5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6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도 19.0%에서 80.3%로 증가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무선 네트워크 설정과 필요한 앱 설치를 전혀 할 수 없다고 답한 장노년층은 각각 35.1%와 41.0%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 평균(12.2%, 15.3%)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비교적 복잡한 악성코드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응답자는 51.3%로 절반을 넘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할 때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봤다. 20대 후반으로 연령대가 비슷하고 자취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펜 김하늘 기자와 이동은 기자가 직접 비교 체험을 진행했다. 

IT기술에 익숙한 김 기자는 평소대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했으며, 이 기자는 IT기술 이용이 녹록치 않은 노인들과 같은 삶의 방식을 체험해보기 위해 이틀 동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현금만을 가지고 생활했다.

   
▲ 김 기자와 이 기자는 비슷한 밀키트 상품 3개를 구입하는 체험을 했다. 김 기자는 쿠팡의 온라인 로켓프레쉬를 통해 주문했고 이 기자는 직접 이마트로 가서 밀키트를 사왔다./사진=미디어펜


◇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12시간 만에 도착?

'주문하신 상품이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10월 7일 오후 11시 10분 알림 메시지와 함께 문 앞에 상품 박스가 도착했다. 이날 오전 11시 48분에 김 기자가 쿠팡의 '로켓프레쉬'를 통해 주문한 밀키트 상품 3개다. 주문한 지 1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배송이 완료된 것이다.

김 기자와 이 기자는 비슷한 밀키트 상품 3개를 구입하는 체험을 했다. 김 기자는 쿠팡의 온라인 로켓프레쉬를 통해 주문했고 이 기자는 직접 이마트로 가서 밀키트를 사왔다.

우선 쿠팡 앱을 통해 밀키트를 주문한 김 기자는 재료 선택에서 결제까지 총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제 단계에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장소의 제약 없이 단순히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장보기를 완료한 것이다.

오전에 결제 완료 후 저녁에 배송을 받았으며, 월정액 회원제 서비스인 ‘로켓와우’ 첫달 무료체험을 통해 3000원에 가까운 배송비도 아낄 수 있었다. 결제 시 계좌 이체로 하면서 결제금액의 2%도 적립금으로 받았다.

반면 이 기자는 장바구니를 챙겨 집에서 가까운 이마트로 향했다. 가장 불편한 점은 오래 걸리는 시간과 직접 들고 와야하는 것이었다. 이 기자는 "집에서 가까운 이마트가 걸어서 30분 정도인데, 교통 편이 마땅치 않아 왕복 1시간이 걸렸다"며 "특히 올 때는 상품을 직접 들고 와야 했기 때문에 무겁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는 결제 방법에 따라 불편함이 발생했다. 이 기자가 이마트를 방문한 날은 10월 9일 한글날로 평소 보다 고객들이 많았다. 이에 3개의 상품만 빠르게 구매하기 위해 셀프 계산대로 향했지만, 셀프 계산대 앞에는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결국 현금으로 3개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10분 가까이 줄을 서야 했다.

간단한 물건을 사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선 김 기자는 온라인 배송을 통해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할 수 있었다. 3개 상품을 구매하면서 김 기자는 총 4490원의 할인 혜택을 받았다. 2%의 적립금까지 고려하면 한 번에 5120원 가량 이 기자 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다.

한 번에 5000원 가량 아낄 수 있다고 보면, 한 달이면 2만원, 1년이면 15만~2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주문하면서 아낄 수 있었던 시간까지 기회비용으로 인식한다면 디지털 역량에 따른 차이가 더 커지는 것이다.

   
▲ 김 기자는 평소대로 삼성페이에 내장된 후불 교통카드를 이용했으며, 이 기자는 현금으로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해 사용했다./사진=미디어펜

◇ 모바일 앱 활용도에 따른 경제적 차이 발생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활용도에 따라 또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최근에는 가방이나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생활이 가능해졌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이 기자는 스마트폰 없이 현금만을 가지고 출퇴근, 식사, 세탁 문제를 해결해봤다.

우선 교통편의 경우 김 기자는 평소대로 삼성페이에 내장된 후불 교통카드를 이용했으며, 이 기자는 현금으로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해 사용했다. 

김 기자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스마트폰 터치 한 번만으로 10초도 안 걸렸다. 또 기본적인 요금 할인과 환승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이 기자는 1회용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 데만 3분 가까이 걸렸다. 목적지를 검색해 현금으로 결제하고 거스름돈과 영수증까지 모두 챙겨야 했으며, 기본 요금에 보증금 500원까지 함께 결제해야 했다.

여기까지는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불편함 말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에 내려 보증금을 환급받으려고 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보증금 환급기에서 '요청한 1회용카드는 환급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만이 떴다. 역무원과의 통화를 5분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500원을 포기해야 했다. 또 한 번 소중한 돈과 시간이 낭비됐다.

이 기자는 "사실 이번에는 체험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더 쓰고 500원을 그냥 포기했지만, 이런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불편함이 너무나도 클 것 같다"며 "특히 고령층의 경우 카드 발급, 보증금 환급 과정이나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음식을 주문하거나 세탁물을 맡길 때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때 비용과 시간에 있어 차이가 적지 않았다.

'서브웨이' 모바일 앱에서 '패스트 섭'을 이용한 김 기자는 줄을 서고 기다릴 필요 없이 맞춤 요구사항을 담은 샌드위치를 비대면으로 주문하고 스탬프를 적립할 수 있었다. 또 김 기자는 평소 '크린토피아' 앱을 통해 할인 정보를 받아 할인이 많이 적용되는 시기에 방문하고 있었으며, 이날은 수요일 7% 할인 혜택을 적용받았다. 수요일 외의 날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스탬프를 적립하고, 모은 스탬프로는 무료 세탁 서비스를 받았다. 

반면 이 기자는 할인·스탬프 적립 등 혜택 없이 줄을 서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세탁물을 맡겨야 했다.

   
▲ 김 기자와 이 기자는 비슷한 밀키트 상품 3개를 구입하는 체험을 했다. (왼쪽)김 기자는 쿠팡의 온라인 로켓프레쉬를 통해 주문했고 (오른쪽)이 기자는 직접 이마트로 가서 밀키트를 사왔다./사진=미디어펜

◇ 스마트폰, 고령층에겐 '무용지물'?

이번 체험의 경우 출퇴근, 음식 주문, 세탁물 맡기기만 경험해봤지만, 스마트폰의 모바일 앱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기차·버스표, 영화 티켓, 음식 배달, 통신사 앱 할인, 카페 적립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받는 혜택들이 누구에게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거나 쿠폰을 적립하는 것은 시작 단계에서만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처음에 회원가입과 결제방법 등을 등록해놓기만 하면 그 이후에는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의 경우 그 초반의 어려운 단계를 넘지 못해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기준 고령층의 ‘생활 서비스 이용률’은 73.8%로 나타났다. 구체적 항목별로 들어가면 생활정보 서비스 이용률은 70.4%로 비교적 높았지만, 전자상거래 서비스 이용률은 33.8%,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은 37.4%, 공공 서비스 이용률은 15.3%로 굉장히 낮았다.

고령층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안의 기능을 활용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사실상 적다는 의미다.

실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정점자(65)씨는 "스마트폰을 들고는 있지만 사실상 사용하는 기능은 전화, 문자와 손주들 사진, 동영상을 받기 위한 카톡밖에 없다"며 "다른 앱들의 경우 처음에 가입하는 과정이 어렵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