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든시드 프로젝트’로 부활했으나 여전히 영세, 미래 기술력 뒤쳐져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량 안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종자' 산업의 패권을 둘러싸고, 전 세계는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미래 기술력도 한참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 국립종자원 [사진=종자원 홈페이지 캡처]


'종자 전쟁'은 세계 종자 시장과 다국적 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켰다.

독일의 글로벌 바이오.화학 기업 바이엘이 지난 2018년 세계 1위 종자 기업인 몬산토를 인수.합병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또 중국은 국영 화학기업인 중국화공(캠차이나)를 내세워, 세계 3위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를 인수했다.

세계 2위였던 캠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한 후, 다시 시노켐이 캠차이나를 사들임으로써, 시노켐은 세계 최대 종자.화학 기업으로 부상했다.

'거대 인구의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해, 이미 완성된 세계적 농업기업 인수라는 중국의 농업부문 해외진출전략의 대표 사례다.

네덜란드는 종자 산업을 '국부창출 기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적 하에,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가장 모범적인 종자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채소원예작물.식량작물.구근화훼작물로 구분된 품목별 정부 검역시스템 완비,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품목별 종자단지(시드밸리) 조성, 국제기구와 세계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종자산업협회 구축 등은 네덜란드를 세계 종자 산업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 끌어 올렸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내 굴지의 종자 기업 대부분이 해외 기업에 인수되면서, 토종 종자의 종주권을 우려할 정도로 종자 산업이 '초토화'됐다.

국내 종자 산업의 부활을 이끈 것은 정부의 전략품종 종자의 국산화율 제고, 국산 종자의 수출을 지향한 '골든시드 프로젝트'(2012~2021년), 생명공학과 연계된 육종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바이오그린21 사업'(2011~2020년)이다.

정부와 민간의 일치된 노력으로, 국내 종자 시장의 60% 정도는 우리 기업들이 회복했다.

그러나 국내 종자 산업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수준이다.

소규모 다품종 생산이 불가피한 국내 시장에서, 다국적 공룡기업들이 '경제성' 문제로 손을 놓은 '틈새 시장'을 개인 육종가나 소규모 기업들이 파고 들어 어느 정도 시장을 회복한 정도인 것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확고한 '종자 주권 회복'을 통한 식량 안보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더욱이 향후 종자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디지털 육종기술' 기반 종자 개발에 선진국은 이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으나, 한국은 아직 실용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디지털 육종기술은 기존 생명공학기술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복합된, 미래 기술력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기후변화, 디지털 혁명의 시대 모든 변화에 대한 농업부문 대응은 종자가 '시작이자 끝'이다. 다시 한번 국가적 종자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육종기술 기반 종자 개발 사업이 절실한 때"라며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 종자 관련 산.학.연이 함께 하는 네덜란드 유형의 종자 생태계 구축까지, 이 사업내용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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