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하다. 끝없이 좋은 선수 자원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두산은 또 하나, '감독 화수분' 별명을 얻을 만하다. 두산에서 코치로 지내다 다른 팀 감독으로 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4년 사이 벌써 3명이나 나왔다. 두산 구단이 코치가 감독으로 승급하는 '사다리'가 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6일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2연승으로 물리치고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은 바로 다음날 나온 발표다.

포스트시즌 중에 현직 코치가 다른 팀 감독으로 선임되는 일이 흔치 않지만 두산은 이미 최근 두 차례나 그런 경험이 있었다. 2017년 한국시리즈 때 한용덕 당시 수석코치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8년 한국시리즈 때는 역시 수석코치였던 이강철 코치가 KT 위즈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KT와 플레이오프를 앞둔 시점에서 두산 김원형 투수코치가 SK 감독으로 선임됐다.

   
▲ 사진=각 구단


2017년과 2018년 두산은 수석코치의 타 팀 감독 선임이 결정난 후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KIA와 SK에게 패해 우승을 놓쳤다. 분명 두산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징크스다.

이번 김원형 SK 감독 선임은 이전 두 번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김원형 감독이 두산의 수석코치가 아닌 투수코치라는 점,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아직 결정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한 달 이상 늦춰졌고 포스트시즌도 11월 초에야 늦게 시작했다. 예년 같았으면 한국시리즈가 이미 거의 끝났을 시기다.

포스트시즌에 탈락해 다음 시즌 준비를 해야 하고,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팀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팀들은 가을 마무리훈련 캠프 이전에 새 사령탑을 확정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SK도 이번 시즌은 그런 처지고, 공교롭게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김원형 코치가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두산 소속이었다.

두산 구단은 포스트시즌 중임에도 김원형 코치의 SK 감독 선임 발표를 양해해줬다. 김원형 감독도 이 점에 대해서는 두산 구단과 김태형 감독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두산은 김원형 투수코치가 빠진 가운데 플레이오프, 또는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성적을 낼까. 또, 친정팀 SK의 사령탑 자리에 오른 김원형 감독은 앞으로 어떤 성적을 낼까. 

참고로 한용덕 감독은 친정팀 한화 지휘봉을 잡은 후 하위권에서 맴돌던 한화를 2018시즌 단번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이후 한화의 성적이 내리막을 타면서 올 시즌 초반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강철 감독은 막내팀 KT 지휘봉을 잡아 지난해에는 창단 첫 탈꼴찌를 성공시킨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아 최근 3년 재계약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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