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이후 7개사 '상장 연기'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례를 경험한 금융당국이 신규상장(IPO) 기업들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있다.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은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 상장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감독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긴 기업들이 최근 속출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고바이오랩, 티앤엘, 포인트모바일, 클리노믹스 등 4개사의 코스닥 상장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달 중순부터 따지면 이러한 사례는 7개사로 늘어난다.

   
▲ 사진=연합뉴스


회사들의 지연 사유는 대부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다. 금감원은 기업이 제출한 신고서에 하자가 있거나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정을 요청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정정 요구사례가 늘어난 것은 금감원 측에서 ‘기준’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엔 아예 1회 정정요구는 ‘필수 통과의례’라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장을 미뤄야 할 정도로 중대한 정정요구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공모주들의 주가 흐름이 상장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이후 시점부터 시작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빅히트의 경우 기업가치 산정이 너무 높게 됐다는 지적과 함께 ‘거품’ 논란이 일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종목이다.

물론 감독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할 때 명시적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지적을 하지는 않는다.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정요구를 받게 되면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결국 명시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정요구라 하더라도, 묵시적으로는 감독당국의 ‘시장개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이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공개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것은 사실이고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에는 업계 관점도 일치한다”면서도 “감독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는 듯한 그림이 연출되면 IPO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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