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 시즌을 꼴찌로 마친 한화 이글스가 대대적인 선수단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한화 구단은 6일 투수 윤규진 안영명 김경태 이현호, 포수 김창혁, 내야수 송광민 김회성 박재경, 외야수 이용규 최진행 정문근 등 총 11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윤규진을 제외하면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베테랑 포함 10명이 방출의 운명을 맞았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선수단 정비, 팀 리빌딩, 세대교체 등을 이유로 선수들이 방출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용규, 송광민, 안영명 등 올 시즌에도 1군 무대에서 활약했던 주전급 선수들이 방출 명단에 포함된 것이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선수들 방출보다 더 주목받은 것이 코치진 정리다. 이날 한화는 송진우 투수코치, 장종훈 육성군 총괄, 이양기 타격코치, 퓨처스 김해님 투수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차일목 배터리코치, 전형도 작전·주루코치, 재활군 구동우 코치 등 9명의 코치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송진우, 장종훈 코치를 팀에서 내보내는 것이 특히 눈에 띈다. 두 코치는 한화의 '레전드'다. 송진우의 '21번'과 장종훈의 '35번'은 한화에서 영구결번이다. 두 코치는 현역시절 영구결번에 걸맞은 눈부신 성적을 냈고 많은 팬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 사진=한화 이글스


비록 영구결번은 아니지만 올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한용덕 전 감독도 한화 레전드 출신이었다. 지난 2017년 10월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송진우, 장종훈 코치가 팀에 다시 합류하면서 한화 팬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레전드들이 뭉쳐 한화 선수단을 이끌면서, 이글스 전성시대를 다시 열어주기를 바랐다.

2018년 한화가 정규시즌 3위로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한화 팬들의 장밋빛 꿈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한화 선수들의 열정적인 경기에 팬들이 뜨겁게 호응하며 '마리한화'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반짝 돌풍이었다. 지난해 한화는 9위로 떨어졌고, 올 시즌에는 꼴찌로 추락했다.

한화 구단 입장에서는 레전드들이 뭉쳐 좀더 좋은 성적을 내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기를 강력히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한용덕 전 감독이나, 송진우 장종훈 코치는 명예롭지 못하게 다시 한화 유니폼을 벗었다.

아쉬운 일이다. 한화 올드팬들의 상심이 클 것이다. 한화의 '전통'이나 '역사'가 뿌리째 흔들린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경쟁이 숙명인 프로야구단에서 전통과 역사가 우승이나 좋은 성적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올해 정규시즌 1, 2위가 제9, 제10 구단 NC 다이노스, KT 위즈다. 창단한 지 몇 년 되지 않는 팀들이다. 전통이나 역사가 제대로 있을 리 없다. 그런데 NC와 KT는 프런트와 선수단이 일찍 자리를 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급성장했다.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고, 레전드를 여럿 배출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구단이나 선수단 운영에서 경쟁팀을 따라가지 못하면 성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화는 레전드가 뭉쳐 10년 넘은 암흑기를 떨쳐버리는가 했으나, 다시 2년 연속 바닥권으로 떨어져 새로운 암흑기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레전드 코칭스태프는 실패했다.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화 구단은 팀 체질에 문제가 있다고 봤고, 영구결번 코치들과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는 것으로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한화의 이런 팀 정비 '방향성'이 옳은지 그른지는 지금 평가할 수 없다. 그래도 뭔가 변화나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화에 분 '칼바람', 그 주체는 정민철 단장이다. 사장 공석 상태에서 정민철 단장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이글스 유니폼을 함께 입고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코치, 선수들을 대거 팀에서 떠나보냈다. 이런 정민철 단장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을 것이다.

달라져야 할 한화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정 단장은 개인적으로 비통한 심경을 밝히면서 아픈 작별의 시간들을 감당하고 있다. 

정민철 단장도 한화의 영구결번(23번) 레전드 출신이다. 감독이나 코치로 현장에 있는 대신 프런트에서 일하고 있다.

'영구결번' 레전드 중 유일하게 한화에 남게 된 정민철 단장마저 실패하면, 한화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어울리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민철 단장의 현재 심경이 '읍참마속' 아닐까. 한화는 이제 새 시대를 맞는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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