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30분쯤 펜실베이니아 개표 99.5% 진행된 시점 승리 확정
선거인단 273명 확보…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서도 승리하면 306명 예상
2016년 트럼프 선택 ‘백인들의 반란’ 러스트벨트 또다른 변화 원해 입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가 결국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다. 7일(현지시간) AP와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해 선거인단 273명을 확보하면서 ‘매직 넘버’ 270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에서도 바이든 당선자가 앞서고 있어 이곳에서도 승리를 확정할 때, 바이든 당선자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선거인단 확보 수는 306대 232로 예상된다. 이는 4년 전 트럼프와 힐러리의 선거인단 확보 수와 똑같다.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된 조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7일 “미국을 이끌도록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자신을 찍었든 아니든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언론에서 승리가 예측되자 트위터를 통해서도 “우리의 위대한 나라를 이끌도록 미국이 나를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일들은 험난하지만 여러분이 내게 준 믿음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자의 현재 득표수는 7448만8579표로 집계됐다. 이는 미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410만표 이상 앞섰다. 4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후보에 비해 280만여표를 적게 받고도 러스트벨트의 46명 선거인단을 싹쓸이 해 승리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마지막까지 승자를 확정하지 못해 경합을 벌이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날 미국시간 오전 11시30분쯤 펜실베이니아의 개표가 99.5% 진행된 시점에 승리를 확정했다. 당시 득표율은 바이든 49.6% 대 트럼프 49.1%로 0.5%포인트 차였다. 

바이든 당선자는 펜실베이니아 승리로 위스콘신과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3개주를 모두 차지했다. 특히 이곳 3개 주에서 바이든 당선자가 모두 뒤지고 있다가 역전시킨 것이다. 개표 작업 후반부에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급상승하는 ‘블루 시프트'(Blue Shift)가 성공했다. 바이든 후보에 유리할 것으로 봤던 1억명에 달하는 사전투표 기록의 승리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미 남부 경합지역인 선벨트 3개 주 중에서도 플로리다를 제외하고 2개 주에서 이겼다. 94% 개표 현재 네바다주에서 49.9% 대 47.9%, 애리조나주에서 97% 개표 현재 49.5% 대 48.9%로 승리했다.

   
▲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선 바이든 우세, 트럼프 불복 예고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자는 개표 닷새째에야 어렵사리 최종 승리하게 됐으며, 이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갔던 러스트벨트를 바이든 당선자가 모두 되찾아오기 위한 지난한 싸움의 시간이었다. 결국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민주당이 4년 전 공화당이 누린 승리를 재현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 득표에서 약 300만표를 졌지만 러스트벨트에서 0.3~0.7%포인트로 이기면서 46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했다. 

2016년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승리한 것은 1988년 이후 최초였고, 위스콘신에서는 1984년 이후 최초였다. 따라서 2016년 미 대선은 러스트 벨트에 거주하는 ‘백인들의 반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러스트벨트가 다른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바이든 당선자의 성공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 요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이번 미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된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경제도, 선거판도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2020년 9월 초 현재 600만명을 넘어 1000만명을 향해가고 있으며, 사망자는 19만명을 넘어섰다. 1차 세계대선 때 사망자 5만3000여명, 한국전 사망자 5만3000여명, 베트남전 사망자 5만8000여명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들을 계속 ‘갈라치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지세를 결집해왔다. 반면 바이든 당선자는 백인 경찰관에게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소수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유자’ 이미지를 어필했다. 그동안 선거에 소극적이었던 흑인들이 결집하는 계기도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6번째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장본인인 월리엄 태프트 대통령, 1920년대 말 대공황을 초래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 석유파동 시기 제럴드 포드 대통령, 주 이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을 겪은 지미 카터 대통령, 임기 말 경제 불황을 겪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의 불패론이 깨졌다.

이제 남은 절차는 다음달인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내년 1월 6일 연방 의회의 선거인단 개표 결과 승인, 그리고 같은 달 20일 연방의회 의사당 앞 취임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정오에 백악관을 나가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의 실패를 가져다준 우편투표를 선거 조작이라고 우기고 있어 그의 불복이 이어진다면 미국사회는 새 대통령 확정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