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혁신 활동 저해, 국내 투자 환경 악화 요인으로 작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9월 28일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등 2건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집단소송법(안)은 피해자 50인 이상인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집단소송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상법 개정(안)은 모든 상거래에서 상인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5배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경총은'집단소송법 제정(안)'이 집단적 피해의 효율적인 구제 도모를 입법취지로 하나, 다음의 사유로 동 제정(안)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우선 제정(안)과 함께 입법예고된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의 소가 집단소송으로 제기될 경우에 해당 기업은 소 제기가 알려지는 것만으로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여기에 주가폭락, 신용경색, 매출저하로 이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로 경영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영세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등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생존 위협을 더 크게 받고,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여기에 법조 브로커, 직업적인 소송원고 등장, 변호사업계의 과당경쟁적 소송,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로펌까지 가세하여 무리한 기획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

소송 전 증거조사, 자료 등 제출명령, 주장 및 입증책임 완화, 국민참여 재판(배심원) 등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등 핵심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크며다. 이로 인해 기업의 신기술,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은 물론 국가 차원의 신산업 촉진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도 집단소송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들을 보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 제정(안)은 소송허가에 대한 불복 제한과 함께 남소를 유인하는 원고의 주장·입증책임 대폭 완화 등을 규정함으로써 미국보다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

정부 제정(안)처럼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그대로 법률로 수용한 사례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도 드물다. 대륙법계 체계에 기반한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미국식이 아니라 공동소송, 제한적인 단체소송제 등 현행제도들을 보완·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총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영리활동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통한 수익추구 유인을 억제할 필요성과 산재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운용의 통일성 확보와 실효성 제고를 입법취지로 하지만 부작용 더 크다는 입장이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B2B(기업과 기업간)로 거래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 악의적 의도를 가진 소비자나 업체가 소송 제기를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소송이 남발되고 악용될 가능성이 현재처럼 특정 분야별 개별 법률에 의한 방식보다 훨씬 커진다.

선진국보다 반기업정서가 훨씬 강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소 제기 대상이 확대되고, 소송 요건이 완화될수록 소송이 남발되면서 국내 기업의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글로벌 경쟁력마저 일시에 훼손될 수 있어 기업은 방어적 경영활동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 일수록 소송리스크가 훨씬 더 크고, 전국 사업체 약 410만개 중 99.5%인 종업원 99인 이하 중소·영세 사업체일수록 상대적으로 법률리스크 대처에 매우 취약해 소송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폐업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구분하는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의 법체계적 안정성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경총은 정부의 2개 법(안) 동시 입법 추진이 “어느 때보다 저성장·디지털 기술 진전에 맞춰 기업들이 전략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도전적인 혁신기술과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총은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국내외 경제 및 기업 여건들을 고려해 2개 법(안)의 동시 입법 추진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집단적인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입법례를 심도 있게 검증·연구하고 변화 추세를 보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확대 도입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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