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 표현으로 트럼프 비판 바이든, 전례없는 증액 압박 없을 듯
북한 문제에선 ‘클린턴행정부 3기’ 가능성 “다자 틀 복귀할 수도”
김준형 “2013년 시진핑에 공조 강조”…양무진 “단계적 접근 가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11.3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반도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예측 불가능했던 한반도 정책에서 트럼프행정부의 4년간 정책을 모두 뒤집어버리는 ‘ABT(Anything but Trump)’가 예상된다. 

일단 지난 1년간 타결을 보지 못해 한미 간 최대 이슈로 부상한 방위비분담금협정에는 파란불이 들어왔다. 다만 2차례 정상회담이 진행된 바 있는 북미대화는 일단 연속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10억달러 수준의 방위비분담금을 5배인 50억달러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방위비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카드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됐었다. 

하지만 바이든행정부는 이처럼 전례없는 증액 압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최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증액 요구를 겨냥해 “우리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바이든 캠프의 외교·안보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고문도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하려는 일 중 하나는 동맹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며 “취임하면 유럽·아시아 핵심 동맹 일부와 즉시 통화해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말하겠다고 종종 언급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바이든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동맹 및 다자간 협력에 기초해 트럼프행정부 때 타격을 입었던 동맹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며 “바이든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이미 한반도의 핵위기 속에서 한국의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도록 강요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바이든행정부는 분담금 증액에 매달리기보다 조속한 협정 타결로 한미관계를 안정시키는 쪽으로 협상을 진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바이든행정부의 새 협상팀이 한국정부와 방위비분담금협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때 한미 간 이미 합의를 이룬 13% 증액안이 유효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당선자가 ‘협박’이라는 말로 트럼프행정부의 행태를 비난해왔고 동맹 강화 기조로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으므로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강행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다만 미국은 중국의 부상 등으로 세계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주둔군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추진해왔으므로 변화를 예상하는 관측도 나와 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바이든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행정부 시기의 ‘전략적 인내’와 클린턴행정부 시기의 ‘관여 정책’ 두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이 중 현재 북한의 핵개발 진전이 상당한 상황에서 더 이상 방치 전략을 선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바이든행정부가 북한 문제만큼은 ‘클린턴행정부 3기’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한 이유이다.

물론 바이든 당선자는 이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아무 조건없이 만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다면 실무협상 중심의 ‘보텀업’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2020년 정강 정책에서 북한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외교를 통해 북한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준형 외교원장은 “바이든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미 또는 북미의 협상 틀보다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포함된 다자협력의 틀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과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방식의 양자 정상회담보다 다자간 협상의 틀을 선호한다”며 “바이든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중요시한 인물이다. 지난 2013년 장성택의 실각설이 돌자 바이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압박을 위한 공조를 강조하면서 북핵을 그대로 놔뒀다간 일본이 핵무장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바이든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점진적 감축’(Draw Down)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다면 빅딜이 아니라 동결, 불능화, 폐기 등 순서를 밟는 단계적 접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바이든은 올해 2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때까지 대북제재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제재 완화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북한에게 미래 비전 제시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며 “또 외교정책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때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강화보다 오히려 유연한 입장을 가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든행정부의 탄생으로 문재인정부로선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 한미동맹 이슈에선 안정감을 찾은 대신 지난 3년간 공을 들여온 북미대화 및 남북협력에서 공백기를 맞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끌어낸 대북 포용 기조인 ‘페리 프로세스’의 재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대북정책의 운전석’이란 말을 처음 한 사실도 있다. 북미 간 지난 2000년 공동코뮈니케 발표는 물론 2018년 싱가포르 선언까지 더해 북미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페리 프로세스는 우리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대외정책을 변경시킨 최초의 사례인 만큼 문재인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