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자유 제한"…준법감시 평가 전문심리위원 구성 완료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개월여 만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과거 재판의 법리 오류를 지적하며 양형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9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개 후 첫 정식 공판을 열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오후 1시 30분 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묵묵부답으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출석한 것은 지난 1월 17일 이후 298일 만이다.

이 사건의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면서 중단됐다가 지난달 재개됐다.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공판 준비기일에 이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를 치르느라 출석하지 못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앞선 재판부 판단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요구에 의한 수동적 지원이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변호인은 "마필 관련해 최서원에서 어떤 권리가 이전된 것이 아니다. 대법원도 뇌물 수수가 아니라고 했다"며 "뇌물공여를 인정한 1심 판단은 위법이다. 뇌물죄가 성립 안되므로 횡령죄 성립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은 대법원 유무죄 판단 취지에 맞춰 다시 판단돼야 한다"며 "증언 중 단독면담 시 재단지원 요구받은 적 없다는 부분은 대법원에서 위증죄 성립이 부정됐다"고 원심 판단이 위법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양형은 부당하다"며 "피고인들은 질책을 동반한 전 대통령의 강한 요구를 받고 수동적으로 지원했다. 다른 기업 사정도 다르지 않다. 통상적 뇌물 사건과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인인 특검이 제시한  △조희팔 관련 사건 △함안군수 사건 △방위사업청 사건 △삼성물산 직원횡령 사건 등 4개 사건과 파기환송심을 양형 중심으로 반박했다.

변호인은 "특검이 제시한 사건은 공여자가 자발적 혹은 공무원 직권남용에 이르지 않은 단순뇌물을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건"이라며 "이사건은 대기업으로서도 거절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직권남용요구에 따라 지원됐다. 대법원도 인정했듯이 이 사건에서는 의사결정자유가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은 "이사건을 비롯해 노태우 비자금 사건 등은 현행 헌법질서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이 집중된 통치구조에서 나온 직권남용 사건으로 본질이 유사하다"며 "이러한 사안들에서 양형 판단을 이사건 양형에서 숙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공판에서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가 지정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특검 측이, 법무법인 율촌의 김경수 변호사는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인물이다. 이로써 전문심리위원단은 재판부가 지정한 강 전 헌법재판관과 홍 회계사, 김 변호사 등 3명으로 구성됐다.

특검과 재판부는 날을 세웠다. 지난 공판 기일에 전문심리위원 추가 선정을 놓고 설전이 오간 데 이어 이날은 이 부회장 측 추천 후보에 대해 특검이 반대하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은 상대가 추천한 후보에 대해 "중립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김 변호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해왔다"며 "피고인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 측이 일부 혐의 내용을 언급하자 이 부회장 측은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후 재판부는 "준법 감시제도가 유일하다거나 중요한 양형 조건이라고 볼 순 없다"며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점검 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심리위원 점검 과정에서 자료검토만으로는 부족할 경우 현장점검과 면담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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