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디지털 교육 강화 초점…기업·정부도 노력 동참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노인들의 정보격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오프라인 경제가 쇠퇴하면서 노인들의 정보소외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온라인 뱅킹 등은 노인들에는 또 다른 장벽이다. 코로나19 이후 다중밀집시설 출입에 필수인 QR코드 역시 노인들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딴 세상이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95%를 넘고 있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노인들의 삶은 더욱 고립되고 고달퍼지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펜은 '정보문명 딜레마-스마트 외딴섬 노인들' 심층 기획 시리즈를 통해 노인들의 정보소외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령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시리즈 순서>
①터치로 연결된 스마트 세상…더 고독한 노인들
②스마트폰 없는 삶…'불편은 기본, 돈은 덤으로'
③언택트시대…스마트폰으로 '자유' 찾는 노인들
④혁명의 발상지 영국, 교육으로 디지털 격차 줄인다
⑤전문가들이 보는 노인들의 정보 소외, 해법은?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고령층의 정보격차는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1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영국 역시 고령층의 정보격차가 하나의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530만명의 고령층이 최근 3개월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다. 이는 2011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고령층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영국에서는 고령층의 정보 활용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기관들이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디지털 챔피언은 IT·교육 등 관련 분야에서 종사 후 은퇴한 전문가 또는 도서관 사서와 같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한다./사진=원디지털


◇교육으로 고령층 디지털 격차 해소 실마리 찾는다

영국의 ‘에이지 유케이(Age UK)’는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기업, 자선단체, 일반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영국 전역에서 130여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5620만파운드(약 830억원) 규모의 금액을 기부·후원 등으로 마련하고 고령층을 위한 자선 사업에 5740만 파운드(약 845억원)를 사용했다.

이 단체는 고령층의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국 복권 기금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원디지털(One Digital)’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디지털은 ‘디지털 챔피언’과 ‘디지털 버디’를 육성해 고령층의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는 멘토링 사업이다.

디지털 챔피언은 IT·교육 등 관련 분야에서 종사 후 은퇴한 전문가 또는 도서관 사서와 같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한다. 에이지 유케이에 따르면 그동안 3900개가 넘는 기관에서 5000여명의 디지털 챔피언이 6만여명에 달하는 고령층에게 디지털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이들은 해당 지역에 머무르면서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한 디지털 챔피언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수업보다는 이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각자의 상황과 역량에 맞게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디지털 포용 정책은 고령층에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고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 버디는 직접 교육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고령층과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디지털 교육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설명하고 이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굿띵스파운데이션은 디지털 교육을 위한 온라인 강좌를 만들어 ‘런마이웨이(Learn My Way)’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사진=런마이웨이 홈페이지

굿띵스파운데이션(Good Things Foundation)도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과 행사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디지털 교육을 위한 온라인 강좌를 만들어 ‘런마이웨이(Learn My Way)’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는 마우스·키보드 사용법부터 온라인 검색, 이메일, 파워포인트·엑셀 이용법, 화상통화,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는 ‘온라인 센터 네트워크(Online Centres Network)’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지역 커뮤니티 센터, 쇼핑몰 내 문화센터, 카페, 펍 등 다양한 장소에서 교육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고령층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200만명의 고령층에게 도움을 줬다.

   
▲ 굿띵스파운데이션은 매년 ‘겟온라인위크(Get Online Week)’ 행사도 실시한다./사진=굿띵스파운데이션 트위터

굿띵스파운데이션은 매년 ‘겟온라인위크(Get Online Week)’ 행사도 실시한다. 이는 2010년부터 매년 10월에 일주일 동안 개최하는 캠페인으로 올해는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됐다. 개인 봉사자들부터 도서관, 지방정부까지 다양한 주최자들이 참여해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과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해 캠페인에선 영국 전역에서 1000개가 넘는 커뮤니티가 4000여개의 이벤트를 통해 5만6000명에게 디지털 교육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면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전화나 화상통화, 1대1 교육 등 소규모로 진행했다.

캐롤라인 에이브레헴스 에이지유케이 대변인은 “영국에서만 1200만명이 넘는 고령층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지식이 부족하다”며 “이들은 온라인 공공 서비스, 지역 사회 내 교류, 가족들과의 소통 등 디지털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 또는 기기가 없거나, 있어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른다”며 “디지털 교육을 통해서 고령층이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이들은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고 온라인 쇼핑을 통해 비용을 절약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등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 전문 기관과 함께 영국 내에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사진=에이지유케이

◇기업·정부도 정보 빈곤 해소에 동참

전문 기관과 함께 영국 내에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 최대 은행인 로이드뱅크(Lloyds Bank)는 디지털 챔피언을 후원하고 있으며, 버클레이스(Barclays)도 고령층이 온라인 뱅킹 등 디지털 관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 이글스(Digital Eagle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 아마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영국 내에서 고령층, 청소년, 저소득층 등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이러한 기업,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격차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한 창구로 지역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서관은 무료 와이파이, 컴퓨터, 스마트 기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면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 영국 국민의 절반이 도서관 카드를 가지고 있고, 고령층·저소득층 등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는 만큼 도서관은 디지털 포용 정책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에이브레헴스 대변인은 “영국 내 대부분의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노인들이 뒤처지고 소외되고 있다”며 “결국 디지털 포용 정책은 고령층의 건강, 문화생활, 고용, 노후준비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