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군사·안보 면에서 트럼프보다 더 큰 도전…중국·북한 관계 냉철한 대응 필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전대미문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막판 소송전과 승자와 패자 간의 정치적 타협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격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 당선자가 정권을 인수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자제력을 잃어 스스로 연임의 기회를 걷어찬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공화당 내에서 철저한 외톨이였던 트럼프는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옹호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지 못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의 토대 위에서 기존의 정치문법을 깨뜨린 파격 행보로 주목받으며 사회경제적 지위 추락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중산층 백인의 지지를 이끌어내 대통령이 됐다.

'양적 완화', '세금인하', '규제완화', '친기업적 경제정책', '중국 견제' 등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전통적 동맹국들과 갈등', '포퓰리즘에 대한 지나친 의존', '코로나 대응실패', '정치공학에 의존한 국민 편가르기' 등으로 심판을 받았다. 

미국 유권자들이 국민 통합을 도외시하고 품격을 잃은 지도자를 심판한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 후반기 선전과 선동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좀 더 진지하게, 품격 있게 국민에게 다가갔다면 연임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이 상원에서 공화당 다수당을 유지시키고 하원에서도 공화당이 의석을 더해 준 것은 트럼프의 성과를 아주 외면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바이든으로의 권력 이양은 거대한 변화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트럼프가 추진했던 즉흥적이고 급진적인 외교, 안보 정책에서는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 부동산 업자가 빌딩을 사고파는 것 같이 '거래의 기술'에 의존한 대외정책은 종식될 것이다. 

트럼프는 다자주의를 버리고 양자주의를 택했지만 바이든은 다자주의로 회귀할 것임을 시사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중국에 세계 무역의 운전석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혀 최악의 국면에 접어든 미·중 무역 갈등은 단기간에 정상화하기 힘들 것이다.

   
▲ 미국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전대미문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결국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당선자가 정권을 인수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체제는 외교·군사·안보 면에서 트럼프 체제보다 우리에게 더 큰 도전을 제기할 것이다./사진=조바이든 트위터

패권국은 새로운 패권국의 등장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한 양국간의 전쟁은 다자 구도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수출 주도형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은 바이든 시대에도 계속될 미·중 경제 전쟁 속에서 생존 공간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중국을 때리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의 기술 기업이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거리를 벌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바이든 체제 아래서는 중국 개별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은 완화하겠지만 중국 포위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환경 변화 속에서 대중 수출은 호전되겠지만 중국 기업들의 한국 기업 추격은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 속에 한국 경제가 녹아들어가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도 무섭지만 힘을 앞세운 중국의 횡포도 위협적이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이익보다는 동맹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화당 정권하에서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외교, 군사적 동맹의 가치를 더 중시하기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실리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는 동맹이라는 가치보다는 미국의 실용적 이익 보호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진보 정권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부는 '엔고 체제'를 공고히 해서 동맹인 일본의 경제를 어렵게 했고,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넘어가는데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바이든이 자국산업 보호, 수입규제, 자국내 일자리 창출, 노동자 인권, 환경을 중시하는 공적 무역 강조 등 경제민족주의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해 민주당 체제 아래에서도 국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외교·군사·안보 면에서 바이든 체제는 트럼프 체제보다 더 큰 도전을 제기할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을 가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톱 다운 형식의 빅딜을 추진했다.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정상회담이 '상인적 기질'을 중시하는 트럼프이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외교에 의해 가능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최고의 외교 전문가로서 시스템적 접근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지상 최고의 독재자로 꼽히는 김정은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빅딜을 시도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인권 개선도 엄격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핵을 개발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이 확인되는 순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압도적 외교·안보· 군사적 압박이 펼쳐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위기 관리에 만반의 준비를 해서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번영의 토대를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트럼프가 시작한 중국 견제 전략은 바이든 시대에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반중 경제블록 구축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외교위원회에서 12년이나 활약하고, 부통령까지 지낸 노련한 바이든은 확고한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의 유지 및 미국, 인도, 호주, 일본, 한국 등으로 이어지는 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고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할 것이다. 지금까지 반중국 경제안보동맹에 유보적 입장을 보여온 문제인 정부도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시대가 전개되면서 초연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는 공유, 협력, 탈국경, 탈규제, 공정, 인권, 환경 등을 화두로 삼게 될 것이다.

기업 규제, 산업화 시대 기준의 친노동 일변도의 정책,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고 인재 육성을 기피하는 구시대적 교육 정책, 친북, 친중노선 등으로는 지속적 번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해졌다. 새롭게 형성될 국제 질서는 트럼프 시대의 혼돈에서 벗어나는 미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국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매달리는 북한을 더 이상 옹호할 수는 없다. 중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횡포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제 질서의 변혁기에 실사구시에 바탕을 둔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지속적 번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냉철하게 대응해 나갈 것은 문재인 정부에 주문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