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홍건희(28·두산 베어스)가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완벽한 피칭을 했다. 두산의 '가을야구 절대 강자 DNA'가 이적생 홍건희에게 이미 이식된 듯하다.

홍건희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0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두산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이 4-1로 앞서고 있던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의 등판이었다.

2011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으니 벌써 프로 10년차가 된 홍건희지만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KIA 시절 홍건희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든 적은 있으나 출전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 사진=두산 베어스


생애 첫 가을야구 무대 등판이니 떨릴 법도 했지만 홍건희는 깜짝 놀랄 호투를 펼쳤다. 6회말 첫 상대한 타자 심우준을 1루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친 후 7, 8회를 잇따라 삼자범퇴로 끝냈다.

2⅓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해 33개의 공을 던지면서 무안타 무볼넷으로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KT가 자랑하는 강타자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고, 강백호는 내야 땅볼, 유한준은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두산은 4-1로 KT를 누르고 2연승을 거뒀다. 이제 두산은 1승만 보태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절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2차전 두산 승리의 주역은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4번타자 김재환이었다. 그리고 투수 쪽에서는 중간계투로 등판한 박치국과 홍건희가 돋보였다.

두산의 이날 선발은 최원준이었지만 2⅔이닝 1실점하고 일찍 물러났다. 실점은 로하스에게 맞은 솔로홈런이 전부였지만 총 5개의 안타를 맞는 등 구위가 떨어져 3회도 못 마치고 일찍 강판했다.

두산은 불펜의 힘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4회말 2사 1, 3루에서 세번째 투수로 등판해 실점 없이 위기를 막는 등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박치국의 역투가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박치국에 이어 등판한 홍건희의 퍼펙트 피칭은 KT의 후반 추격 의지를 얼어붙게 했다.

사실 홍건희가 이렇게까지 잘 던져줄 것으로 생각한 팬들은 거의 없었다. 홍건희는 지난 6월 류지혁과 트레이드돼 KIA에서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불펜에서 꾸준한 활약을 했다. 하지만 확실한 '필승조'라고 하기에는 성적이 애매했다. 피칭에 기복이 있었고, 특히 정규시즌 막판이었던 10월에는 10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이 10.80(10이닝 12실점)이나 될 정도로 부진했다.

이런 홍건희를 2차전 중요한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구원 투입했다. 홍건희는 첫 포스트시즌 경기 등판의 부담감 속에서도 보란 듯이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로 향하는 발판을 놓았다.

두산이 내야수 기대주 류지혁을 내주고 KIA에서 홍건희를 데려온 트레이드가 가을야구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홍건희가 첫 등판에서의 호투로 자신감을 장착함에 따라 두산은 KT와 남은 플레이오프는 물론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한결 여유롭게 불펜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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