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방한 뒤 ‘연내’ 말 사라졌다 11월 말 12월 초 방한 거론
신범철 “한중 간 조율 못 끝내 지연되는 듯…1박2일 일정 예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대선이 끝나자 올해 안 성사가 불투명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순으로 언급되는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한미 당국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우리정부는 ‘연내 성사’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8월 22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부산 방문 이후 ‘연내’라는 말이 사리지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성사시킬 것’으로 대체됐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설이 부상한 것은 아무래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 중국 강경책을 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롤러코스터 방식의 무역전쟁은 지양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경쟁에서 중국의 위반 행위나 미국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에서는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번영’을 언급한 것이 자극 요소가 됐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바이든 당선인의 ‘인도·태평양’ 발언은 해당 지역을 지리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부터 반 중국 외교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언급하며 한국의 참여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와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전에 시 주석의 방한을 서둘러야 할 요인이 생긴 것으로 그 시기가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방점이 찍힌 것은 중국 국내 일정 때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늦어도 12월 초 방한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에서 12월 중순 최고위 당정 경제정책 결정회의인 ‘2020년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상황 점검 및 평가와 내년도인 2021년 경제정책 목표 및 방향을 결정해서 발표하는 일정이다. 이 회의에 시 주석은 물론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가 참석한다. 

내년 1월엔 미국의 새 대통령 취임식이 있고, 2월엔 중국의 명절인 춘제(春節), 3월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등의 일정이 있어서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이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2일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의 방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하도록 하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복원해 ‘한한령’을 완전히 해제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제 협력 강화,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훈 청와대 국가인보실장은 양제츠 위원을 만나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화 △RCEP 연내 서명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연계협력 시범사업 발굴 △인문 교류 확대 △지역 공동방역 협력 △WTO 사무총장 선거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폭넓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에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을 만나면 미중 갈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제재, 탈 중국 공급망 네트워크(EPN), 홍콩보안법과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미중 갈등 현안에서 최소한 한국의 중립 입장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외교안보센터장은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관계 복원을 위해 우리정부가 여러 차례 발표해왔던 사안인 만큼 정부로서도 성사시켜야 할 사안”이라며 “다만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한국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이 있을 것이므로 그것 때문에 시 주석의 방한이 지연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센터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게 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서둘러 방한하려고 한다면 한중 양측이 적절한 접점을 만들어서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중국측이 바라는 것을 얘기만 하는 조건으로 12월 1박2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 주석은 현재까지 바이든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갖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당선된 이후 그동안 캐나다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과 한국 등 9개국 정상과 통화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빠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서 중국을 공격할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바이든 당선인 측에서도 시 주석과 통화를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중국-바이든 연계설’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