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느림의 미학'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올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놀라운 '스피드'를 보여줬다. 공이 빨랐던 것이 아니라, 강판이 초고속이었다. 

유희관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3차전까지 두산이 2승 1패로 앞서고 있어 유희관이 이날 승리를 이끌어내면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어, 중요한 일전이었다.

올해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고, 포스트시즌 경기 등판도 이날이 15번째인 베테랑 유희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운드에 얼마 있지 못했다. 1회초 조용호와 황재균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처음부터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구위도 떨어지고 제구도 안된 유희관은 다음 로하스와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큰 타구를 얻어맞았다. 타구는 높이, 멀리 날아가 가운데 담장을 직격했다.

1, 2루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는데 2루 주자였던 조용호의 주루 미스가 나왔다. 타구가 잡힐 것으로 예측했는지 스타트를 끊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려갔다. 두산 수비진의 정확한 중계 플레이와 홈 송구에 걸려 조용호는 아웃됐다.

   
▲ 1회초 KT 공격 무사 1, 2루에서 로하스의 안타 때 2루주자 조용호가 홈으로 뛰어들다 아웃됐다. /사진=더팩트 제공


유희관으로서는 천만 다행이었다. 최소 1~2실점하고 무사여야 할 상황이 조용호의 주루사로 1아웃을 잡고 2, 3루가 됐다.

하지만 유희관은 더 버티지 못했다. 다음 타자 유한준에게도 볼 2개를 연속으로 던지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더 두고보지 못하고 투수 교체를 했다.

급히 구원 등판한 김민규가 유한준을 2루수 플라이로 잡고,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유희관이 남겨둔 두 명의 주자가 아무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해 유희관의 실점은 없었다.

유희관은 선발 등판해 3타자를 상대로 직접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못잡고 3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상대 주루사가 있고 구원투수의 도움을 받아 기록은 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투구수 22개). 

실점은 없었다지만 유희관이 선발로서 전혀 제 몫을 못하고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두산은 1회부터 불펜을 가동하는 험난한 4차전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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