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LCC 포함 294대 보유 메가 캐리어 탄생
노선 운수권·마일리지 통합 등으로 소비자 편익 제고 예상
아시아나항공 부채 및 양사 노조·KCGI 반발·반대 여론 해결은 과제로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정부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제고안을 검토한 끝에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거듭날 것으로 보이나 차후 과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도 안게 됐다.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오전 7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산경장)를 주재했다. 이날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산경장에는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수출입은행도 참석했다. 이후 오전 11시에는 국토부와 산은이 공동 브리핑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항공산업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 "현재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해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이 위기 극복과 발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회사로 거듭나면 국내 항공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진다. 10월 기준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항공기 수는 총 294대다.

이와 같이 메가 캐리어가 탄생한다는 것은 국내에도 세계 굴지의 항공사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수치인 '국제 여객 RPK' 기준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다. 두 회사를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국제 화물 수송 기준으로는 대한항공 5위, 아시아나항공 23위로 합치면 캐세이퍼시픽을 제치고 3위에 등극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대한항공(12조2000억원)과 아시아나항공(6조9000억원)을 합쳐 19조1000억원이 되고, 자산 규모는 40조원이 된다.

노선 운수권이 늘어나고 마일리지 통합 등 일반 소비자들의 편익도 덩달아 늘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가 경쟁을 통해 성장해온 만큼 통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정비·조종사 교육·운용의 일원화와 중복 노선 간소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사진=한진그룹


이로써 한진그룹은 정부 당국의 승인을 얻어 통합 FSC를 갖추게 됐지만 '산 넘어 산'이다.

지난해 기준 두 회사의 국제선과 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72.0%, 66.4%에 달한다. 독과점으로 인한 항공요금 인상·소비자 편익 저해 우려가 일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외항사·LCC와의 경쟁 등으로 급격한 운임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소비자 편익 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현행 관리방식에 추가로 운수권 배분 시 '단독노선 운임평가' 평가항목의 배점을 상향하고 슬롯 배정시 과도한 운임 설정과 관련해 불이익을 부여하는 방안을 신설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잇따랐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입장문을 내고 "합리적인 운영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 소비자의 편익을 향상시키겠다"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 탓에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 매출은 4조원, 아시아나항공은 1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중복 노선을 정리할 경우 실적 합산치가 그대로 유지될 리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에 관한 것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자본 잠식률은 56.3%에 달한다.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를 상회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2년 넘게 이와 같은 상태가 유지되면 상장 폐지 심사까지 가능하다.

항공기 리스료로 인한 부채를 감안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율은 2291%로 심각한 수준이다. 때문에 부채율 1000%대인 대한항공도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수준인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하면 재무 리스크가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지적이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로고./사진=각 사


양 항공사 노동조합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인적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것을 우려해 현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이 따로 입장문을 통해 임직원 신분 보장과 차별 없는 대우를 약속했고, 현 정부 노동정책 기조가 해고를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정리해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 외에도 국토부 역시 "통합 FSC가 글로벌 대형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항공정책을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 KCGI 로고./사진=KCGI


또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KCGI가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자리 보전용"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양대 항공사의 인수·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현재 KCGI는 "산은이 한진칼에 인수금융을 지원할 경우 지분율이 희석된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를 위시한 3자연합이 가처분 소송을 내 한진칼에 대한 산은의 자금 지원을 막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산은과 한진칼 경영진이 KCGI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 변수라는 평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