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황금장갑 이승엽…프로야구 또 다른 전설을 쓰다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골든글러브를 9차례나 수상한 이승엽(38·삼성 라이온즈)이 한대화와 양준혁(이상 8번)을 넘어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등극했다.

이승엽은 골든글러브를 한 번만 더 받으면 10번째가 된다. 생애 9번째 황금장갑을 끼면서 골든글러브에서도 '전설'을 쓴 '영원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내년 시즌에는 "골든글러브를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은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떨렸다. 골든글러브를 여러 번 받았지만 올해만큼 떨린 때는 없었다"고 밝혔다.

   
▲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이승엽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홈런과 관련해 전설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승엽이 골든글러브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전체 유효표 321표 중 301표를 얻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이승엽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정호(득표율 9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9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처음 수상했던 1997년의 기억은 옛날이라 별로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오늘이 가장 떨렸다. 처음 골든글러브를 받을 때에는 시상식 규모가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커져서 더 떨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승엽은 "과정이 어떻든지 결과적으로 9번이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가 됐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이승엽은 "야구가 더 좋아졌다. 이제 선수 생활도 길게 남지 않았다. 그만큼 야구가 소중하다"며 "예전에는 한 타석에서 치지 못하면 다음 타석에서 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매번 마지막 타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해부터 청나래라는 모임을 통해 조금씩 기부하고 있는 것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나래 회원으로 홈런, 타점 개수에 따라 조금씩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며 "그것을 하면서 야구에 더욱 진지해졌고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우승은 항상 좋다"고 말한 이승엽은 "프로는 2등을 알아주지 않는다. 1등만 기억한다. 10개 구단이 모두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팀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미디어펜=임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