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0 한국 프로야구 최정상을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오늘(17일) 드디어 막이 오른다. 신흥 강자 NC 다이노스와 왕조를 구가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다.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을 한 NC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첫 한국시리즈 우승 및 통합우승을 노린다. 정규시즌은 4위에 그쳤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관문을 잇따라 통과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한 두산은 2연패 및 통산 7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어쩔 수 없이 '양의지 시리즈'가 됐다.

NC는 이전 한국시리즈에 한 번 오른 적이 있다. 2016년이었다. 당시 한국시리즈 상대가 바로 두산이었다. 처음 경험한, 낯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NC는 4연패로 맥없이 패하며 두산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두산 우승의 주역이 바로 최고 안방마님이자 강타자 양의지였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투수들과 찰떡 호흡을 보이며 안정된 리드로 4경기 동안 NC 타선에 단 2점만 허용했다. '두산 강타자' 양의지는 4경기 타율 0.438(16타수 7안타, 1홈런)로 NC 마운드를 맹폭격했다. 시리즈 싹쓸이 승리의 특급 공신 양의지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돼 팀 우승의 기쁨을 두 배로 누렸다.

   
▲ 사진=NC 다이노스


바로 그 양의지가 4년이 지난 지금은 'NC 포수'이자 'NC 강타자'가 돼 친정팀 두산을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 FA 자격을 얻어 양의지는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NC가 4년간 125억원이라는, 역대 두번째 높은 거액(최고액 FA 계약은 롯데 이대호 150억원)을 들여 양의지를 모셔간 이유. 2018년 꼴찌로 떨어졌던 NC가 지난해 5위로 순위 상승을 하고, 올해는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다 설명이 됐다.

양의지는 공격과 수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NC를 다시 강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누구보다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과제, NC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는 일을 앞두고 있다.

'양의지 싸움'이다. 두산은 양의지의 능력과 무서움을 안다. 적이 돼 만난 양의지를 넘어서지 못하면 우승이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양의지는 두산을 상대로 강했다. 두산전 타율이 0.389(54타수 21안타)나 된다. 롯데전(타율 0.500)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한 팀이 두산이다. 홈런도 4방이나 쳤고 17타점을 올렸다. 

결국 두산이 얼마나 양의지를 봉쇄하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양의지의 멘탈을 흔들어놓으려 할 것이다. 양의지나 NC는 그런 두산의 의도를 파악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16일 열린 두 팀의 한국시리즈 미디이데이에서 이미 '양의지 시리즈'는 시작됐다. NC 대표로 참석한 양의지는 "5차전(22일 일요일)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평일(다음주 월요일) 차가 막히지 않을 때 (창원으로) 내려가겠다"며 친정팀 두산을 도발했다.

이에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어떤 놈인데"라며 양의지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뭔가 살짝 긁는 듯한 표현을 썼고, "옛정이 있는데, 알아서 해 의지야"라는 공개 압박(?)도 했다.

두산의 '양의지 흔들기'가 성공할 것인지, NC가 '양의지 효과'를 누릴 것인지, 흥미진진한 2020 한국시리즈가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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