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미디어펜 산업부장
[미디어펜=김영민 기자]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렁에 빠져 있는 국내 항공업계에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 이뤄지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던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품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전반에 구조개편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와 한진그룹의 결단은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항공업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은 그동안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퍼펙트 스톰'이다. 생존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은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산은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0억원을 투입하고, 교환사채(EB) 3000억원을 인수하는 등 자금을 지원한다.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및 영구채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다.

결국 정부가 나서 아시아나항공의 활로를 열어준 것이다. 산은은 이번 결정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됐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와 함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항공사 규모와 상관 없는 통폐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사 통합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항공사 통폐합이나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가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항공법상 국적기는 해외자본에 매각할 수 없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한항공 이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연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글로벌 항공업계 톱10 수준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항공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여 국내 항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통합이 완성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반대편에 서 있는 KCGI(강성부펀드) 등 3자연합의 반대에 맞서야 한다. KCGI측은 한진칼이 인수 자금 마련에 있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제3자 배정을 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산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6%를 확보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KCGI를 자극하지 않고 인수가 잘 마무리되도록 공정한 룰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이 자회사까지 합쳐 60%가 넘게 된다. 따라서 독과점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만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과의 결합에 대해서는 예외 허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위 문턱은 넘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해외에서 기업결합 승인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다. 한진그룹은 이 부분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통합에 따른 중복인력 등 노조와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으나 중복인력이 1000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이나 재배치 문제 등으로 노조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이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창업이념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한진그룹도 이번 기회에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남은 과제들을 푸는데 최선을 다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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