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일성으로 심리경제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저성장의 함정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의 약발은 통한 듯했다. 한달 만에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세를 끌어올렸지만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국회 통과로 경기심리를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이상이면 국내 경기를 비관하는 경향이 짙다. 반대면 낙관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 취임 후 8~9월 107롤 기록했으나 10월부터 105로 떨어지더니 11월에도 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뜻하는 현재경기판단 CSI도 74로 전월보다 5포인트 내렸다.

여론은 최경환 효과가 심리적 저지선마저 뚫리며 초이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최 부총리는 대외 변동성 심화와 정치갈등으로 경제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저상장의 장기화, 선진국 통화정책, 중국 경제 등에 따른 불확실성과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됐다"라며 "정치사회적 갈등 속에서 과감한 개혁이 늦어지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의 회복이 미미한 가운데 투자, 소비 등 내수활력도 살아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수출이 안되고 기업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가계도 경기상승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기업의 3/4분기 설비투자(GDP)는 2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10월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감소해 전월보다 4.6% 줄었다.

10월 중 고용시장은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동월과 견줘 증가폭이 둔화됐으며 청년층 취업자 증가폭이 확대되며 40만명대 취업자 증가세를 유지했다.

11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등으로 전년동월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우리경제의 대표격인 11월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 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 등으로 전년동월대비 소폭 감소했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 엔화 약세 심화, 국제유가 하락 대외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향후 경기흐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동향과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대외적 충격에 대한 선제적 시장안정 노력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경기회복 노력을 지속하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해 경제 체질 개선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이 우리경제의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2년부터 비교적 안정적으로 박스권을 유지해오던 국제유가는 올해 6월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다.

두바이유 가력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77.1달러로 6월 107.9달러 보다 30% 가까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60달러 후반대를 기록해 2009년 하반기 이후 5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하락 원인은 미국의 셰일오일 등 공급확대에 따른 수급여건 개선, 달러 강세, 중동 지정학적 불안요인 완화 등에 기인한다. 유가하락의 영향은 우리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생산비 절감과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호재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상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하락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 소비, 투자 개선을 위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반전, 경기심리 살아날까

내년도 예산안과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기심리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다. '골든타임'이 임박한 우리 경제의 절박함이 일부 통한 것이다.

2015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5.5% 증가한 375조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가 앞서 제출한 376조원보다 약 6000억원이 삭감됐다.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3조4000억원 적자, 국가채무는 569조9000억원으로 재정악화 속도를 미약하게나마 늦췄다.

도로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4000억원과 복지예산 2000억원의 예산 증액이 컸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촉진 지원금이 16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20일 이상 빨리 내년 예산이 확정됨에 따라 사업준비기간과 사업집행계획을 내실있게 수립할 수 있게 됐다"며 "민생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하나인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경기 심리를 깨우고 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주주 인센티브를 통한 배당촉진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배당주식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해 소액주주의 세부담을 줄이는 모걱이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세율 25%)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여 있는 기업의경우 2017년까지 비교적 적은 세율을 적용받고 잉여금을 개인으로 뿌릴 수 있게 된다. 

1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긍정적인 평가는 해외 투자은행(IB)에서 시작됐다.  해외 IB들은 375조4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와 주주들에 대한 배당정책 개선 등이 향후 경기심리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주주 배당정책 개선으로 향후 배당수익률이 상승해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낮아지는 한편,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는 고배당 지급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됐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현 1.1%에서 1.3~1.6%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배당성향은 현 18%에서 22~26%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클레이(Barclays)는 "테크놀로지와 자동차산업 등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 환율변동성 감소, 기업심리 개선 등 대내외 환경개선이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노무라(Nomura)는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하면서 "상대적으로 재정부양 규모가 크지 않아 경기하방 위험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4월까지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던 규제들은 완화될 필요가 있지만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세도 면밀히 점검해 가계의 재무구조와 소비여력과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규제개혁과 제도정비 등 재정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