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격돌이 2차전까지 1승1패로 균형을 이뤘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두산과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의 기세가 맞부딪혀 스파크가 요란하다.

1차전에서 NC가 이길 때는 '할 선수'들이 해줬다. 외국인 선발 에이스 루친스키가 5⅓이닝을 3실점(1자책)으로 막았고 이후 등판한 정예 불펜진이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 계투했다. 나성범이 선제 결승타 포함 4안타 맹타를 휘둘렀고, 알테어는 결정적 3점홈런을 쏘아올려 타선의 핵심 선수들이 제 몫을 해냈다.

2차전에서 두산이 이길 때는 '의외의 선수'들이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나섰다. 물론 선발 등판한 플렉센이 6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다지긴 했지만 NC 공격 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해 병살 플레이가 속출(5번)해 운도 많이 따른 편이었다.

정작 두산 승리의 핵심 역할을 해낸 선수들이 따로 있었다. 우선, 경기를 마무리지은 불펜투수 김민규가 없었다면 두산은 큰일 날 뻔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9회초까지 5-1로 두산이 앞서갔다. 4점 차 여유 속에 9회말 마무리투수 이영하가 등판했다. 하지만 이영하가 흔들리더니 완전히 무너졌다. 아웃카운트를 1개밖에 못 잡고 4안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이나 했다. 5-4, 한 점 차로 좁혀진 가운데 1사 1, 2루 위기가 계속됐다. 분위기상 NC에 동점을 허용하거나 역전까지 당할 위기였다.

이 때 구원 등판한 투수가 김민규였다. 프로 3년차로 지난해까지는 거의 무명이었던 김민규다. 한국시리즈 데뷔 등판한 김민규에게는 가혹한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민규는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이명기를 1루 땅볼 유도해 경기를 그대로 끝냈다. 두산이 반격의 1승을 올리는 순간 마운드를 지킨 투수가 터프 세이브에 성공한 김민규였다. 

두산 타선에서는 이날 김재호의 활약이 돋보였다. 6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재호는 2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나가 상대 실책 때 홈을 밟으며 선취 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2회초 2점을 뽑아냈다.

NC가 2회말 1점을 만회해 2-1로 쫓기던 4회초, 김재호는 NC 선발 구창모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김재호의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 요긴할 때 터져나왔다. 뿐만 아니라 김재호는 8회초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까지 터뜨려 4-1로 점수 차를 벌리는 사실상의 쐐기타도 때렸다.

   
▲ 사진=더팩트 제공


이날 두산은 4번타자 김재환이 삼진만 3차례 당하는 등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번에 배치된 박세혁도 무안타였다. 중심타선이 제 몫을 못한 것을 김재호가 대신 해낸 셈이다.

가을야구 DNA가 선수단에 골고루 심어져 있는 두산의 저력이 이날 2차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마무리 이영하가 무너지니, 마무리 경험이 거의 없는 김민규가 깜짝 호투로 위기를 막았다. 주포 김재환의 방망이가 침묵하니, 김재호가 깜짝 홈런을 날리는 등 맹활약했다.

우익수 박건우는 타격에서는 병살타를 치는 등 큰 활약을 못했지만, 4회말 수비 1사 만루에서 알테어의 플라이볼을 잡아 기가 막힌 홈송구로 3루주자 양의지의 홈인을 막아냈다. 경기 중반으로 가는 길목에서 박건우의 이 호송구 하나는 분위기를 NC에 넘겨주는 것을 막은 결정적 장면이 됐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두산의 최대 장점이 드러난 2차전처럼 보였다. 두산의 장점, 바로 '승리 공식'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얘가 못하면 쟤가 잘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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