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채권시장보단 주식시장서 활발

멈추지 않는 '아베노믹스'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과 엔케리 트레이드 확대 기대감이 지난 2005년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맞서고 있다.  다만, 금리차 확보차원의 투자면에서 엔캐리 트레이드는 투자 기간이 길지 않아 신규투자나 청산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

   
▲ 코스피가 미국 고용지표의 호조에도 환율 부담과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짙어진 관망세로 전 거래일 대비 7.67포인트(0.39%) 내린 1,978.95로 장을 마감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상에 달러와 엔화 환전거래 지수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일본 당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소비세 인상 연기 등으로 엔화가 약세가 심화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를 자극하고 있다.

엔케리 트레이드는 통상 금리가 낮은 나라의 통화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채권, 주식을 사서 환차익을 얻는 것으로 두가지 요건이 충족해야한다.  금리가 낮을 것과 엔화 약세의 지속성이 그 요건이다. 

이는 일본 내에서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보다 해외에 투자해서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 더 높아야 한다는 배경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으로 과거 2005~2007년 동안 엔캐리 트레이드는 활발했다. 2007년 일본 기준금리는 0.5% 였던 반면, 유럽중앙은행 금리는 4%, 미국은 5.25%로 금리차이가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달러·엔 환율은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20엔대를 기록했다. 엔화 명목실효환율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약세를 보였다.

이와달리 엔화 약세 배경에도 엔캐리 트레이드는 그닥 실효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엔화의 금리가 다른 통화 금리와 비교해서 눈에 띠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일 당국의 추가 완화조치 등으로 엔화의 단기금리 절대 수준은 좀더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주요통화들과의 격차는 미미하다. 금리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주요 5개 통화들의 3개월 이내 리보(LIBOR, 조달금리)를 비교할 때 엔화 리보는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달통화로 엔화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현재 엔화의 금리는 0.07%로 미국 기준금리 0.25% 보다는 낮은 반면 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 0.05% 보다는 높아 중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영미국가를 제외하면 엔화의 금리가와 다른 나라와의 금리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엔캐리 트레이드를 굳이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본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의 일로 엔캐리 트레이드를 할 수 있겠지만 일본인 투자자들이 자국이 아닌 해외로 투자를 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는 하기 힘들 것"이라며 "일본국체의 대부분이 일본인 투자자들인데 그들이 자국의 채권을 팔고 해외 채권을 산다는 점은 해외 국채 시장에 대한 정보성이 약하기 때문에 사실상 힘든 일"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도 "지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흐름이다"라며 "저금리와 향후에도 지속될 엔화약세라는 기본 요건은 충족하지만 채권시장에서 금리차를 이용해 수익률을 기대하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과 달리 주식시장에서의 엔캐리 트레이드는 활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 신흥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비교할 때 한국 국채 수익률은 중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금리차익 확보차원의 투자를 볼때 채권투자보다는 주식 등 여타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크다.

국내의 경우를 통해 보면 지난 5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자료 '2014.1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서 일본 자금이 9월 9360억원, 10월 3308억원 주식을 순매수해  상위국가에 포함됐다.

11월 기준 국가별 상장수직 순매수 동향을 보면 일본자금이 국내에 30조70억원이 들어왔다.

이에 임 팀장은 "모든 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낮은 것은 아니다"면서 "채권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득이 없을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일본에 투자해 얻는 수익률에 비해 외국에 투자해 수익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 측면에서 볼때 엔저 영향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확대를 부추긴다는 것 보다 앤캐리 트레이드 증가가 엔저 유발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이 더 어울린다.  다만, 엔캐리 트레이드의 급증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내 자금의 해외투자 등이 엔캐리 트레이드 심리를 자극할 여지는 있다.

김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유출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원·엔 환율 하락 압력, 변동성 증가 등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