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여부 신중히 판단 안해"
   
▲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대법원이 거절 의사를 표현한 만 15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에 대해 무죄가 아닌 성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에서는 미성년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보고 남성이 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연령 등을 이유로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으면서 이러한 판결을 뒤엎었다. 

22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10월 당시 만 15세인 B양과 성관계를 해 성적으로 B양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같은 해 10∼12월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신체 노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다른 C양을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고등군사법원은 만 15세인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군검사 역시 A씨와 B양의 성관계 자체를 성적 학대행위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 이유로 들었다.

군사법원은 성관계에 대해 당시 B양이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였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B양이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시하지 않은 점에 무게를 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양과의 성관계는 B양의 명시적 반대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성적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을 갖췄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은 아동복지법이 정한 성적 학대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가령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죄의 경우 아동 자신이 이에 동의했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는 판시가 이와 같은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며 "피해자의 연령과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들어 판단한 것은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17년 10~12월 사이 또 다른 미성년자 C양을 상대로 자신과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신체 노출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해당 혐의 역시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재판부는 A씨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C양의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도 간음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