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북한과 비핵화 대화 나서겠지만 미중관계가 변수 될 것”
“핵동결, 능력축소 등 단계별 합의 가능하나 최종단계 합의로 시작해야”
“북, 바이든 행정부 대북 메시지 잘못된 방향일 때 무력도발 나설 것”
“문재인정부 결실에 조급증 버리고 협상에 좋은 여건만 만들어도 성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58)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명됐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단호한 원칙을 강조해왔으며, 2016년 한국정부와 호흡을 맞춰 지금의 대북제재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식의 북미대화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전망으로 대북정책에서 이른바 ‘ABT(Anything but Trump)’가 예상되면서도 북핵 능력이 이전과 달라진 만큼 대북 관여 정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난 17일 미디어펜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에서 비핵화가 최우선이 될 것이고, 정상간 빅딜을 노렸던 톱다운 방식은 보텀업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며, 북한의 핵능력 축소에 중점을 두면서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지대 추구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북미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모두 성과를 못 거뒀다고 보고 있으므로 실무진에서 하나씩 따져보는 것으로 대북정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달라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방식을 수용할지 아니면 도발해서 긴장을 조성할지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1기 때처럼 ‘전략적 인내’나 2기 때의 ‘제재 강화’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비핵화 대화엔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해보이는 방안이 중국을 통해서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중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므로 성공 여부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추진과 달리 우선적으로 핵능력 축소 등 스몰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핵동결이든 영변핵시설 폐기 등 단계별 합의가 가능하고, 이를 더 세분화하는 살라미 식 협상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조 바이든 트위터

하지만 “이럴 경우 북한이 오판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가령 핵동결이나 핵능력 축소 이후 더 이상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날 경우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게 되는 방향으로 잘못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개념과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다른 점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의지 없이 오로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 지대화에 미국의 전략자산이 더 이상 한반도에 오지 않고, 그 전략자산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또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바이든 행정부를 잘못된 방향으로 설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의 배경으로 신 센터장은 지난 7월10일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발표한 대미 담화를 예로 들며 “김여정의 담화에 ‘우리 핵을 빼앗는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리 핵이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로 머리를 굴러보라’고 했다. 이는 앞으로 비핵화 협상도 핵군축 방향으로 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 특사로 다녀온 뒤 미국에 가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설파한 것부터 잘못됐다”며 “이런 차원에서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어졌던 비핵화협상이 실패한 데에는 북한의 잘못이 80% 있었고, 남한의 잘못이 20% 있었다”고 말했다.

   
▲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결론적으로 신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스몰딜 협상도 가능해 보이지만 그 협상이 성공하려면 우선적으로 북미 간 북한 비핵화 최종 단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19공동성명 1조 내용인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를 북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로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이를 어길 시 중간에 합의로 보장했던 대북제재 완화를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스냅백 약속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센터장은 앞으로 미국의 새 행정부가 한국정부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들어줄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제대로 말 안하면서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만 얘기한다면 한미 간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미 행정부가 새로 정비하려면 6개월여의 시간이 필요하고, 곧바로 북한과 대화에 나선다고 하더라고 현실적으로 6개월여의 기회가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정부가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서 조급증을 드러내면 안된다. 그것보다 협상에 좋은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결실은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조만간 북한이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신 센터장은 경로 의존성 차원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행정부 출범 때마다 도발해왔고, 특히 미국이 자신들을 상대해주지 않을 때 충격적인 도발을 감행했다”며 “이번에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관련 메시지가 전혀 안 나오거나 자신들이 볼 때 잘못된 방향으로 나온다면 대북정책을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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