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역적 변화‧현실 직시 필요…과감한 '제도지원' 절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코로나19 상황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으며, 설령 바이러스가 잡히더라도 국내외 경제상황은 예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코로나19 이후의 국내 금융산업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금융혁신’을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새 시대의 금융산업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을 감안, 한국 금융산업도 ‘뉴노멀’의 논법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 미디어펜이 23일 오후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시대 한국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0 금융포럼을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은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시대 한국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0 금융포럼을 23일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현장에 참석한 각 분야 경제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우리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개막식에는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를 비롯해 김병욱 국회의원(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가 직접 참석했고,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무위원장을 비롯해 서병수‧성일종‧유경준‧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근익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등이 영상과 서면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행사 시작과 함께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개회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산업과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데이터 경제 시스템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모두가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지만,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사진=미디어펜


이어서 이 대표는 “금융의 디지털화와 데이터화가 핵심역량이 되면서 금융정책도 과거처럼 규제 위주에서 개방과 혁신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만 여전히 금산분리의 벽에 갇혀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금융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국회의원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경제에 대한 속도와 깊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금융시스템 개척을 위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많은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좀 더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는 금융산업 그 자체의 미래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고, 기민한 산업 지형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금융산업의 미래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 포럼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민병오 미디어펜 편집국장, 김명회 미디어펜 경제부장의 모습. /사진=미디어펜


이후 진행된 기조강연에서는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가 단상에 섰다. 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설령 코로나 바이러스가 잡히더라도 국내외 경제상황은 예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면서 “디지털 시대엔 금융이 혁신의 리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빅데이터의 구축‧활용으로 새롭고 다양한 금융서비스 경쟁 △소비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O2O와 공유경제 확산 △진정한 인프라 역할을 혁신 리더로서의 핀테크 역할 등의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정유신 교수는 “코로나19 시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시장에서의 반응조사와 검토를 통한 후속보완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강연을 끝냈다.

   
▲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사진=미디어펜


다음 순서인 주제발표에 나선 것은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이었다. 정 소장은 ‘언택트 시대, 금융의 도전과 미래’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정 소장은 “디지털 금융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하에 금융혁신과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마이데이터나 오픈뱅킹의 도입으로 빅테크, 핀테크 등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간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 소장은 “향후 금융사의 역할은 고객 여정에서 상품제조나 제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업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리스크 관리와 자본력을 공급하고, 빅테크로부터 데이터를 얻는 등 상호 보완적인 관계 구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중호 소장은 언택트 시대의 금융회사에 대해 △새로운 경쟁구도 적응 △고객수요 대응 △ 디지털화에 따른 미래 인력 확보 등의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고객 중심의 ‘플랫폼 금융’을 강화하고, 기업금융서비스나 자산관리서비스 고도화 등 신(新)성장모델 마련, 디지털 인재 확보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사진=미디어펜


강연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기조강연자인 정유신 교수가 사회자로 나서 정중호 소장,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등과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네이버·카카오 등 금융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많은 자원과 압도적인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우선 패널로 참석한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코로나 때문에 (업황이) 힘들 거라고 예상했으나, 오히려 생명보험·손해보험 업체들의 실적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지난해 성적표가 하락했던 기저효과를 고려, 업황 개선을 점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르면서 김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종신보험 및 연금을 비롯한 상품을 많이 팔 수 있어야 하지만, 저금리 및 판매채널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예대마진 위주로 영업하던 은행권이 수수료 기반으로 사업모델이 바뀌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정유신 교수는 “젊어지는 금융트렌드 속에서 금융사들이 밀레니엄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금융산업의 경우 로얄티를 가진 젊은 고객들이 미래의 가치와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 토론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모습 /사진=미디어펜


발제에 나섰던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은 “기존 금융권은 은행이 홈쇼핑 채널을 런칭하지 못하는 등 은산분리 원칙을 적용받는 탓에 빅테크 기업을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핀테크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를 오히려 빅테크 기업이 활용하는 결과가 도출되는데 전체적인 금융산업이 활성화·강화될지 의문”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금융사들이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도 해야 한다"며 "금융사가 대기업의 사금고로 변하거나 금융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슬기로운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히면서 토론을 마무리 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여파로 내빈 참석을 제한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강연자 등 패널들이 발표한 내용은 향후 미디어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