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연 2.0% 동결
이주열 한은 총재 "경기 지표 부진 속 경기회복 모멘텀 약화"

"국내 경제를 보면 전체적으로 경기심리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던 1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외우내환'이다. 밖으로는 미국 경기회복, 국제유가 하락이 안으로는 가계부채 증가 때문이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0%로 유지키로 했다. 이로써 올해 8월 10월 0.25%p씩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다며 "국제유가 하락, 올해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 가계대출 급등 등의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각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유로지역의 경기부진 장기화, 일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완만한 경기회복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초 한파 등 기상이변 등으로 생산 차질이 컸다. 중국 경제도 하향기조를 보였다. 올 2분기 중 일본의 경우 소비세 인상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상되면서 유로존의 회복세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 초부터 회복 기지개를 폈던 세계경제는 올 들어 상승속도가 둔화됐다.

이 총재가 유념했던 국제유가 하락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은 시차를 두고 우리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상황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점이 문제다.

지난 2012년부터 비교적 안정적으로 박스권을 유지해오던 국제유가는 올해 6월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77.1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6월 107.9달러 보다 30% 가까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60달러 후반대를 기록해 2009년 하반기 이후 5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 원인으로 미 셰일오일 등 공급 확대에 따른 수급여건이 나아졌다. 달러 강세, 중동 지정학적 불안요인 완화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는 당분간 낮은 유가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는 둔화되는데 비 OPEC 공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2000년대 지속된 원유시장의 수급불균형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조력이 약화된 OPEC이 국제유가를 지지하는데 한계에 부딪힐 예상이어서 당분가 낮은 가격 수준에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가하락으로 수입물품 단가 하락을 가져야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증가시켜 소비가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실질 소비자 물가를 하락시킨다. 중간재 비용 하락에 따라 기업수익성이 살아나면서 투자와 생산 확대되며 수출개선으로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유가하락은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유가하락 지속에 따라 경상성장률 증가를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유가하락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가 즉시 소비, 투자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조선, 석유화학 등 유가에 민감한 산업의 수익성도 걱정이다.

특히 국제유가로 인한 한은의 저물가 고민이 깊어진다.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중기물가안정목표치(2.5~3.5%)에 한참 밑도는 1%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를 신경쓸수 밖에 없다.

오일머니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져 금융시장은 긴장상태다.  전세계에 투자된 오일머니는 6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오일머니가 위축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일머니 감소시 미국 등 주요 채권시장에서의 투자 둔화로 채권금리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오일머니는 주로 국부펀드를 통해 주식에 상당 규모를 추자하게 되는데 직접투자 외 그동안 양호했던 M&A 활동과 에너지 관련주도 타격을 받게돼 증시까지 여파가 미치게 된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오일머니는 주식시장 4조1000억원(외국인의 9.6%), 채권시장 7조4000억원(7.4%) 내외로 추정된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오일머니의 투자가 위축될 경우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투자액이 작은 점, 신흥국 장기투자 추세 등을 감안하면 제한적 영향을 받는다"라고 예상했다.

국내경제로 돌아보면 회복지표가 나아지지 않으며 경기 상승 속도가 느리다. 수출의 회복이 미미한 가운데 투자, 소비 등 내수활력도 숨 쉬기 힘들다. 수출이 안되고 기업수익성도 떨어져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 빚부담은 늘고 소득은 몀추면서 소비가 살아나지 못한채 가계도 경기상승 체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가계대출은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컸다.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54조3000억원이다. 지난달 한달 동안 5조9000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을 키우는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총재는 지난달 18일 한 언론사 초청 강연에서 "내년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며 한계가구 파산을 걱정했다.

특히 빚 있는 저소득 자영업가구의 부채상환부담률은 무려 118%로 사실상 자력으로 부채의 덫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통상 부채상환부담률(DSR)이 40%를 넘으면 가계부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고위험군 중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으면 한계가구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가구 중 빚이 있는 가구는 2010년 59.8%에서 2014년 65.7%로 5.9%p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가구의 부채상환부담률은 23.9%에서 26.9%로 3%p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소득(소득1분위) 가구의 DSR은 68.7%로 역대 최고치다. DSR이 69%라면 빚이 빚을 낳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하 등 해외 위험요인,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