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서울 표심, 결국 핵심은 부동산 정책
여당, 연이은 말실수에 곤혹 "좀 더 자세 낮춰야"
야당, 반사이익 한계, 민심 잡기 위한 정책 준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성난 민심에 반하는 당내 인사들의 실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전세난 등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 빌라·오피스텔 공공임대 주택을 찾아 “아파트라는 것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다양한 주거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의원이 서울내 신축 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게 하세요’라고 발언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 진 의원을 ‘마리 진투아네트’라고 비꼬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주무부처의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금리 인하와 가구 수가 전세가 상승 주요 원인이다. 전세난은 임대차 3법 때문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전세난의 주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아닌 수년간 지속한 저금리와 1인 가구 증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을 다녀보면 전세 대란으로 인한 민심의 변화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면서 “단순히 말실수로 인한 게 아니다. 좀 더 자세를 낮추고 근본적인 대책을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한 듯 서울 표심을 잡기 위한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1월 1주차 조사(YTN 리얼미터 의뢰,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당시 서울에서 32.2%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차범위 이내지만 민주당(30.6%)보다 1.6%p 앞섰다. 하지만 2주차 조사에서는 서울에서 30.0%로 민주당과 동률을 이뤘고, 

지난 16~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11월 3주차 주간집계에서는 28.7%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28.1%를 기록하면서 양당의 지지율 차이는 0.6%p다.

당내 한 관계자는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결국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면 못한다면 더 이상의 상승세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과천지식정보타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여, 아파트 청약시장 부동산 정책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즉, 내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제1야당으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국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당 지도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1순위 청약에만 57만여명이 몰린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는 당첨만으로 7억~8억원대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비대위 차원에서도 부동산 공급, 조세, 전·월세 대책, 공급 확대에 따른 교통 대책 등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올라간다”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새로운 대책을 만들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나름대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서 우리 나름대로 준비한 정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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