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공포에 빠지면서 국내증시도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도 증시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 중국과 유럽에서 돌출한 악재에 코스피가 25.39포인트(1.29%) 내린 1945.56으로 마감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내린 1102.2원에 마감됐다./뉴시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88달러(4.5%) 하락한 배럴당 60.9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기록한 최저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석유 수요가 하루평균 2890만 배럴로 최근 OPEC이 유지하기로 한 회원국 전체 생산량(하루 3000만 배럴)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한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거부키로 한 것이 악재가 됐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지수가 모두 1% 넘게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증시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10일까지 3거래일 동안 2% 넘게 떨어졌다. 11일에도 오후 1시 현재 코스피는 1%대 낙폭을 보이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분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만간 유가가 6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본격적인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저유가는 단기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면서 우리나라의 경기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라며 “자본재가 늘어나면서 원자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저유가는 반드시 경제에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1985년 사우디의 증산 선언으로 1986년 우리나라는 ‘3저(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호황’으로 불리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이했다”며 “코스피지수도 1986년에서 1989년까지 강한 랠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은 경제에 제한적이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저유가보다는 엔저 등 환율이 증시와 경제에 더욱 큰 변수라는 지적이다. 최근의 엔저로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는 수출경쟁력 강화보다는 외국인의 자금이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3저 호황 때와 환경이 비슷하지만 환율만은 반대방향을 보이고 있다”며 “달러강세는 원화약세로 수출경쟁력을 높여주지만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 국내 기업의 수출 증대 효과를 거의 볼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 박 상무는 “달러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위축되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