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든 경제든 해당 분야에서 대체재가 있는지 우선 따져봐야”
“중국, 삼성 뛰어넘는 ‘반도체 굴기’ 내세워 대규모 투자 단행”
“다자조약 일단 참여해서 이익 실현해야 ‘시간 전략’ 좋지 않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외정책 담당자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각각 발탁했다. 한미관계에선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주의로 되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반도 문제보다 대중 정책이 우선순위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북한이 무력도발로 시선을 끌려고 할 가능성이 커지고 한국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 큰 선택적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사실 심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어느 한편을 들 수 없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난 17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전략은 이제 옛말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시대를 맞아 이 모호한 전략이 더 이상 미중 갈등 구도에서 우리의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안미경중이란 전략이 과거엔 나쁜 선택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시장을 잘 공략하면서 국민소득이 3만 달러까지 진입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이 추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다. 어느새 한국과 중국 관계도 전략적 경쟁 구도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해 그동안 중국정부로부터 한국이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로서는 ‘한한령’(한류금지령)을 푸는 것이 시급했다. 여기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미국은 물론 중국의 협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니 ‘균형 외교’란 말이 나온 이유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주도하려는 패권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 더욱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11월15일 한국·중국·일본·아세안과 호주·뉴질랜드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맺었을 때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 아닌 미국이 룰을 정한다”는 말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하면서 일본과 호주 등 국가들이 출범시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에 미국이 가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미중의 무역전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미국 내에서 치솟은 반중 여론을 바이든 행정부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어서 대중 강경노선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체제 경쟁과 기술 경쟁을 포함해 생존을 위한 패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도 갈림길에 섰다.

신범철 센터장은 “미중 사이에서 우리 전략을 결정하려면 안보든 경제든 해당 분야에서 대체재가 있는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먼저, 안보 측면으로 볼 때 미국 외엔 대체국가가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우리와 안보 동맹을 맺을 국가는 중국도, 일본도 아니고 유일하게 미국뿐”이라며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세계에서 군사 분야에서 막강하다. 또 우리와 민주주의라는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고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멀어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다음, 경제 측면에서 중국이 썩 유리한 동반자 국가일까. 신 센터장은 “중국 내수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기업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과거와 달리 값싼 노동력이란 유리한 여건도 사라졌다”며 “게다가 이젠 중국도 자본력을 갖추고 ‘기술 굴기'에 대한 위기감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실을 살펴보면 조선업은 이미 중국에 따라잡혔고, 자동차업도 중국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고, 가전 분야에서도 반도체만 겨우 남아 있다”며 “이젠 중국이 삼성을 뛰어넘어 ‘반도체 굴기’를 하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앞으로 한중관계는 전략적 경쟁 구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최근 미국정부가 화웨이를 제재로 압박하니까 삼성의 화웨이 대상 반도체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더이상 협력구도가 아니라 경쟁구도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경제 문제에서 더 이상 중국에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대체국가를 찾아야 한다. 이미 저임금 노동력을 중국에서 찾지 못하게 된 것처럼 중국이 자국시장의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동남아를 비롯한 새로운 대체재를 찾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미경중과 같은 시각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바라보면 머지않아 낭패를 겪을 수 있다. 현재의 대중 무역흑자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선 안된다”며 “특히 미국이 구상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한국정부가 가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일단 가입하고 비교 우위를 따져가며 중장기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신 센터장은 “RCEP은 양자로 맺은 단일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의 협약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본 전략의 문제”라며 “주변국이 진행하는 다자 조약이든 기구든 일단 참여해서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서 시간을 끄는 전략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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