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 전경 모습./금융투자협회
한국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자산운용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운용업계를 살리기 위해 그에 걸맞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차기 금투협 회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는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운용 부회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5명이다.

이들 후보는 모두 민간 금융회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관련 대선캠프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참여한 적이 없는 인사들이다. 관(官) 출신 인사가 대부분인 다른 금융기관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윗선에서 코드인사를 내려 보내는 여타 금융기관과는 달리 금투협 회장은 회원사의 선거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금투협 회장 선거는 증권(62개), 자산운용(86개), 신탁(11개), 선물(7개) 등 166개 정회원의 전자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따라서 후보자의 정치적 역량보다는 얼마나 회원사의 마음을 얻는가가 중요하다. 후보들이 하루 3~4곳 이상의 회원사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변수가 있다. 회장 선거 투표권의 경우 60%는 회원사들이 동등하게 1사1표를 행사한다. 나머지 40%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를 합산한다. 협회비 분담은 기본회비 1000만원에 각 회사의 조정영업수익(영업수익-영업비용-판관비) 70%와 자기자본금 30%로 결정된다.

이런 선거제도로 인해 자산운용사는 가장 많은 회원사를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운용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에 비해 영업이익이나 자기자본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건호 금투협 초대 회장은 중형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지냈지만 대우증권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대형 증권사 출신이다. 현 박종수 회장은 대우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대형 증권사 출신인 김기범, 황성호, 황영기 후보가 타후보에 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황영기 후보는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기 전 삼성증권 사장을 거쳤다. 운용사 사장 출신인 최방길 후보나 중소형사 출신의 유정준 후보는 선거제도 특성상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금투협 내부에서 운용사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왕이면 운용업계 출신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선거제도를 뒤엎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투협이 운용업계를 대변하기 어려워진 만큼 예전처럼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투협은 지난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3개 협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유일한 운용사 대표 출신인 최 후보는 금투협 회장의 선거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이다. 최 후보는 “운용사 종사자가 증권사 종사자의 10분1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의 선거제도를 이해는 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 전체가 발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16일에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세부적인 일정과 선출방식을 확정하고, 내년 1월말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