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윤 총장 혐의 충격적,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사퇴 촉구
사전 교감 없는 추미애 발표, 내부에서는 정기국회 차질 우려
조응천 "돌아오지 못할 다리 건넜다. 이게 검찰개혁이냐" 비판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하는 사상 초유의 조치에 대해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정기국회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당혹감이 감지된다.

이낙연 대표는 25일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면서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권고한다”며 사실상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서는 직설적인 표현 대신 우회적으로 의견을 밝혀온 이 대표가 강한 톤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청와대와 교감 아래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인 만큼 확실하게 매듭 짓고 가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수사를 이끈 사람이 윤 총장이란 점에서 더욱 충격”이라면서 단순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총장은 검찰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감찰 조사에 당당히 임하며 본인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다만 추 장관의 발표가 당과 사전 교감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 내부에서는 당혹감도 감지된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의 직무 배제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당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발표 직전에야 소식을 접했고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관련 보도 이후에 주변에 있는 법사위원이나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알고 있었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서 “최고위원들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정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25일로 예정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회의마저 뒷전으로 밀려나게 생겼다”는 게 당내 관계자의 말이다.

원내 또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의 이목이 또다시 ‘추미애·윤석열’ 대결 구도로 집중되고 말았다”면서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우리 당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야당은 25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내일(25일) 오전 10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 요구서를 제출했다"며 진상 파악을 위한 긴급 현안질의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추 장관이) 반론권 한번 주지 않고 일방적 감찰 지시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기습적으로 직무배제했다"면서 "본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징계위에 징계청구를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임명된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여러모로 파장이 크지 않겠느냐”면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다. 정기국회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의 공수처법 개정 강행과 추 장관의 결정에 대해 “돌아오지 못한 다리를 건넜다”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징계사유의 경중과 적정성에 대한 공감여부와 별개로 과연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연 이 모든 것이 검찰개혁에 부합되는 것이냐”면서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윤석열을 배제하면 형사사법의 정의가 바로서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검찰개혁이나 추미애, 윤석열로 시작되는 소식보다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경기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국민들을 좀 편하게 해드리는 집권세력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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