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란 비핵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타결에 관여
이란과 달리 “핵 보유‧자력갱생” 선언한 북한이 수용할지가 관건
왕선택 “협상 조기 개시될 가능성…작은 쟁점도 시간 지연 우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기용하면서 북한 비핵화 해법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과 핵 문제 합의를 수행한 인물로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를 도출한 주역들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이란 식 해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내정자는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02년부터 핵심 참모로 일해왔고, 이번 대선캠프에서도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해온 바이든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이다. 설리번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2013~2014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힐러리 클린턴 대선캠프에서 외교정책을 총괄했다. 

특히 블링컨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날인 2018년 6월 11일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내고 ‘북한과 핵협상에서 최선의 모델은 이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블링컨 내정자는 지난 9월에도 미국의 CBS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언급하며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외정책에서 동맹 및 다자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법에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유럽연합(EU)가 참여해 이끈 이란 핵협정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란 핵합의는 이란이 핵능력을 감소시키는 약속을 이행할 경우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원심분리기 수를 줄이고, 원자력 발전에 쓸 용도로만 우라늄을 저농축하고, 우라늄 비축량도 줄여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았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등이 석유 금수와 해외자산 동결 등의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장기적 조치로 최대 25년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공장 등 관련 시설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이행하게 했으며, 10년동안 협정 위반에 따라 다시 제재할 수 있는 ‘스냅백’ 조항도 포함시켰다.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16년 10월 28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국제대학원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응'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2016.10.28./연합뉴스

블링컨 내정자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우라늄 비축량의 98% 제거, 원심분리기의 3분의 2 해체와 봉인, 핵무기급 이하 수준의 우라늄 농축 상한선 설정 등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위한 핵물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수주에서 1년 이상으로 늘리는 효과를 봤다고 썼다.

설리번 내정자 역시 2016년 5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두 사람의 발언대로라면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한의 핵동결 및 핵능력 감축과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를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북핵 해결에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동시에 국제 공조를 기본으로 완전한 비핵화 전까진 강력한 대북제재도 뒤따를 전망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과 ‘빅딜’ 방식에서 벗어나 ‘스몰딜’ 협상이 가능해진 것으로 실무선에서 진행될 보텀업 방식에 북한이 응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블링컨 내정자가 CBS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시간과 준비, 힘든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자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외교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이나 만난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사실상 협상에서 아무런 실익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협상 방식에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핵개발 수준 및 입장에서 현재의 북한과 2015년 당시 이란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이 공식적으로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협상에도 적극적이었던 반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을 이미 선언한데다 북미대화 교착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전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는 26일 북핵 문제에 이란식 해법을 적용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고, 그럴 경우 다자주의로 해결한다는 특징이 고려되면서 4자회담이나 6자회담이 원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미국의 정권 교체 상황에서도 비교적 조기에 북미 협상이 개시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왕 정책위원은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는 문제의 심각성이나 경과, 관련 국가 등 특성이 달라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보인다”면서 “부정적인 요소로 문재인정부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1년 반 정도여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실무 협상이 시작되면 과감한 의사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소규모 쟁점에 대해서도 타협을 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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