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혁법안 처리 위해 단독 입법 절차 강행
국민의힘, 여론전 나섰지만 사실상 대응책 없어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시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올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론전’ 나섰지만 사실상 이렇다할 저지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부터 심사한다”고 밝혔다. 여당 단독으로 법안소위 일정을 진행한다고 알린 것이다.

법사위 법안1소위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 통과시 정치·경제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정례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 지도부가 강조한 ‘일하는 국회법’도 조만간 관련 상임위에서 법안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6일 “지체해서는 안되는 개혁 과제”라면서 “야당의 전향적 협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예정된 본회의까지 법안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상법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일부 이해관계가 복잡한 법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의 입법 독주에 야당은 속수무책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강경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다수 의원이 재판에 넘겨진 패스트트랙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다 재판을 받고 있는데, 전과 같은 방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여론으로 여당 폭거를 저지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지난 10월 28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총회를 마친 후,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특검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국민의힘

이를 반영하듯 주 원내대표는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지만, 결국 “냉정함을 되찾고 역사에서 민주당과 정권이 하는 일들이 헌정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다시 한번 차분히 돌아보기 바란다. 역사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여론에 기댔다.

여기에 전임 지도부를 연상시키는 삭발이나 단식에 대한 당 안팎의 비호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장외투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히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심각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와 관련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민주당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데도 이런 현실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와 상임위원장을 모두 석권한 상황에서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면서 “그나마 법사위원장이라도 확보했으면 최후의 저지선이 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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