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2일 한-아세안 관계에 대해 "더욱 내실있는 협력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협력관계 평가 및 미래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1세션을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또 "지난 2010년 한-아세안 전략적 동반자관계 격상에 따라 채택한 2011∼2015 행동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3대 분야의 협력을 심화시켰다"며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더욱 포괄적인 후속 2016∼2020 행동계획을 아세안과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제분야의 공동번영과 관련, "이번 정상회의를 기폭제 삼아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교역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추가 자유화 협상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1세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한-ASEAN 특별정상회의 제1세션 모두 발언 전문

ASEAN 지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ASEAN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해 주신 정상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ASEAN 공동체 출범을 1년 앞둔 중요한 시기에 ASEAN 의장국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신 미얀마의 떼인 세인 대통령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2년부터 한국의 대화조정국 역할을 훌륭하게 맡아주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취임 후 한국을 처음 방문하신 조코 위도도 대통령께도 환영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태풍 하구핏으로 국내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오늘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주신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어려움을 겪고 계신 필리핀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상 여러분,

한국과 ASEAN이 대화관계를 수립하던 1989년은 냉전과 대결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아시아와 태평양간 경제통합을 추구하는 APEC이 창설되던 해였습니다.

이러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역사적 전환기에 한국과 ASEAN은 대화관계를 수립했고, 어느새 25년의 긴 세월 동안 우정과 신뢰를 쌓아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거센 외풍도 함께 극복했고, 이를 계기로 결집된 역내 협력의 모멘텀은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 추진에 동력을 제공해 왔습니다. 오늘날 불확실한 세계경제 전망과 역내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개발은행이 2050년 ‘아시아의 세기’의 도래를 전망했듯이, 세계는 아시아의 잠재력과 정치·경제적 도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내 협력과 성장의 중심에 ASEAN이 있으며, 내년 ASEAN공동체 출범을 앞두고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ASEAN은 1989년 대화관계를 수립한 이래,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1989년에 대비해서 양측의 교역규모는 16배가 늘어 1,350억불에 달하고, 투자규모는 38억불로 19배가 늘어났으며, 인적교류도 25배나 증가해 7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통상과 투자 중심으로 시작됐던 협력이 이제 정치·안보, 사회·문화의 전분야로 확대되었습니다.

2009년 한-ASEAN FTA의 전면 발효, 2009년 한-ASEAN 센터 개설, 2010년 주ASEAN대표부 설립 등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단단해졌습니다.

양측에 거주하는 국민들이 각각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과 ASEAN은 이제 가까운 이웃이자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25년간 쌓아온 협력의 양적 확대를 바탕으로 더욱 내실 있는 협력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지난 2010년 한-ASEAN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에 따라 채택한 2011부터 2015까지의 행동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3대 분야의 협력을 심화시켰습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더욱 포괄적인 후속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행동계획을 ASEAN과 함께 마련하고자 합니다.

저는 작년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ASEAN 국민들이 모두 행복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신뢰 구축, 행복 구현’의 비전 실현을 위해 ASEAN의 중심성을 존중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공동 번영의 파트너’로, 정치안보 분야에서는‘역내 평화의 견인차’로,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문화 융성의 동반자’로, 공동의 노력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첫째, 한국은 ASEAN과 ‘공동 번영’을 위해 경제적으로 균형 잡힌 상호 호혜적 관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번에 양측이 무역 원활화 등 여러 방안에 합의하여 한-ASEAN FTA 활용을 보다 강화시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 이번 정상회의를 기폭제로 삼아 2020년까지 2천억 불 교역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한-ASEAN FTA 추가 자유화 협상도 진행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측 중소기업간 상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한-ASEAN 비즈니스 협의회가 공식 출범합니다. 이를 통해서 중소기업들이 경제협력의 한 축을 이루고, 그 혜택을 양측의 더 많은 국민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둘째, 정치·안보 협력의 저변을 확대하고 협력체제를 구축해서 ‘역내 평화의 견인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작년 한-ASEAN 정상회의에서 제안했던 안보 관련 대화가 금년 6월 부산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렇게 양측간 공동 관심사부터 시작해서 정치·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가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오늘 제2세션에서 논의할 예정인 재난관리와 기후변화 등 비전통 국제안보 위협 대응에도 선제적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셋째, 정부 차원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 양측 국민들이 한층 더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쌍방향 교류를 증진하고, ‘문화융성’을 도모해 나가고자 합니다.

ASEAN은 인종, 종교, 문화적 다양성을 조화롭게 승화시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노력 중이며, 저 또한 ‘국민 중심’의 국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목표의 공감대가 큰 만큼, 협력의 여지도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017년 이 곳 부산에 건립될 예정인 “ASEAN 문화원”은 내년에 광주에서 개관되는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하여 국민 교류 활성화와 상호 이해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내년 1월 1일부터 동남아 국민의 한국 입국비자를 간소화하고, ASEAN의 차세대 여론 주도층을 많이 초대해서 미래 리더들 간의 교류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양측간 인적 연계성 강화에 더욱 노력해서 새로운 동아시아 시대에 필요한 공동체 의식을 키워가겠습니다.

정상 여러분,

내년 ASEAN 공동체 출범이 역내 개발 격차 해소의 토대가 되고, 침체된 세계경제의 회복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은 우리의 개발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해 나갈 것입니다.

첫째, 새마을 석사과정 초청연수와 지구촌 새마을운동 사업을 통해 ASEAN 농촌의 빈곤 퇴치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가장 성공한 농촌개발 전략 중 하나로 최근 새로운 정책도구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ASEAN 개발 추진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 사람에 대한 투자로 미래를 열어온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ASEAN의 과학·기술 분야 미래인재 양성을 지원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간 100여 명 규모의 이공계 우수 인재 초청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셋째, 한-ASEAN 협력기금 규모를 현재 500만불 수준에서 내년에 700만불로 확대하고, 한-메콩 협력기금 규모도 80만불에서 100만불로 늘려서, ASEAN 공동체 건설과 post-2015 비전 실현에 기여해 나가고자 합니다.

넷째,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과 공공행정 서비스 개선 경험도 적극적으로 공유하겠습니다.

회의 후 관람하실 행정혁신 전시회에서 한국의 선진행정 시스템을 직접 체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ASEAN 공동체 출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ASEAN 사무국의 역량 강화를 위해 IT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습니다.

정상 여러분,

그 동안 한-ASEAN 관계의 비약적 발전을 이끈 힘은 역사적 경험의 공유에서 비롯된 상호 이해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빈곤을 극복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며, ASEAN과 공동의 발전을 이뤄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