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에서 내년 대량의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신용등급 하락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현금흐름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년 15조원의 현금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뉴시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트레이드증권은 자동차업종 보고서를 통해 내년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을 거론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 등으로 총 15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한전 부지 매입 잔금 9조5000억원에 위축된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배당 확대 가능성도 있다”며 “제너럴일렉트릭(GE)의 1조5000억원 규모 현대캐피탈 지분을 인수할 수 가능성이 있고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2012년 하반기부터 순차입금 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 대표 7개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년간 연결기준으로 고작 2000억원 수준의 추가 내부잉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에 현대차그룹 주가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12일 반등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주가는 지난 8~11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미 주가에 악재가 반영된 데다 현대차그룹이 충분히 현금을 쌍아놓고 있고 매년 현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금성 자산이 많이 나가는 것은 맞지만 신용등급이나 그룹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매년 현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개별 기업으로 볼 때 현대차는 괜찮지만 기아차는 내년에 멕시코 공장에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아차의 현금성 자산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문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도요타자동차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비해서는 적지만 현대차그룹이 충분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고 현대차가 매년 5조원,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2조원가량의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업황이 좋지 않아 내년에 적자가 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의 대량 현금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이트레이드증권의 강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이 연결기준으로 연간 약 27조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며 “내년 자금 수요가 많아 현금흐름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