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주요 사업장 부실 우려…미청구공사 장기화될 경우 손실로 이어져
[미디어펜=이동은 기자]현대건설의 주요 해외 사업장 가운데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과거 국내 업체들이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다 큰 손실을 입었던 중동 지역에 부실 우려 사업장이 몰려 있다.

   
▲ 3분기(별도기준) 미청구공사금이 발생한 현대건설 해외 사업장/사진=미디어펜


2일 미디어펜이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 재무제표(별도기준)를 분석한 결과 주요 해외 사업장 26곳 가운데 17곳에서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지역에 12곳이 몰려 있다.

미청구공사금은 시공사가 매출액으로 인식을 했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 대금이다. 시공사의 설계·공정계획 오류 등으로 공사 원가가 예정 금액보다 더 많아지거나,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경우 발생한다. 미청구공사금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대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니지만, 금액이 늘어나고 기간이 지연되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현대건설 미청구공사/사진=미디어펜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3분기말 기준 1조9898억원이다. 2017년말 2조1204억원에서 2018년말 1조8271억원, 2019년말 1조7794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다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해외 공사현장을 보면 쿠웨이트에서는 ‘알주르 LNG 수입항 건설’과 ‘알주르 정유공장 해상 출하 시설’이 있다. 두 공사 모두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KNPC)가 발주했다. 

LNG 수입항은 쿠웨이트 수도인 쿠웨이트시티에서 남쪽으로 90km 떨어진 알주르 지역에 LNG를 수입·저장·재기화하는 시설을 짓는 공사로,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한국가스공사와 2016년 수주했다. 완성기한이 내년 2월 12일이지만 진행률은 99%로 사실상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미청구공사금이 1692억4900만원으로, 현대건설이 발주처에 대금 지급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공장 해상 출하 시설도 진행률이 99%임에도 미청구공사금이 720억1700만원이다.

카타르의 ‘루사일 고속도로’와 ‘알부스탄 도로 확장 및 신설’ 현장에서도 많은 미청구공사금이 발생했다. 

루사일 고속도로는 현대건설이 지난 2012년 카타르 공공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공사다. 2012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8년말 진행률 99%에 도달했지만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미청구공사금이 1465억1600만원에 달한다.

알부스탄 도로 확장 및 신설 프로젝트도 완성기한을 한 달 앞두고 진행률이 97%지만, 미청구공사금이 2116억1500만원이다. 지난해말 미청구공사금 634억3900만원에서 올해 크게 늘어났다.

UAE의 경우 ‘원전 건설’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 등 3개의 공사가 진행 중으로 완성기한이 모두 올해 말이다.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은 2018년말부터 진행률이 99%에서 멈춰있으며, 미청구공사금은 260억3300만원이다. 2016년말 기준 2017년 9월17일이었던 공사 완성기한도 올해 말까지 연장됐다. 올해 3분기 원전 건설 공사도 진행률 96%에 미청구공사금은 568억9100만원이다.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 현장의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하다. 해당 공사는 2014년 7월 공사를 시작해 2018년 2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올해 12월 31일까지 3년 가까이 미뤄졌다. 공사는 2017년 12월말 이미 진행률 99%에 도달했지만 준공이 미뤄지고 있다.

미청구공사금도 3분기말 1133억5600만원으로 증가했으며 미수금도 843억7900만원에 달한다. 이에 현대건설은 이 현장과 관련해 3분기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에 대손충당금으로 500억원을 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사 현장에서 건설사의 귀책 사유로 문제가 발생해 공사가 지연되고 추가 원가가 투입될 경우 계약 변경을 통해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공정률이 99%인 상황이라면 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인데, 계약이 계속 미뤄질 경우 미청구공사금을 못 받아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