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사무소 계약서 작성 의무 아니다…권리 관계 확인 어려운 경우 도움 받을 수 있어"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A씨는 계약만료 이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연락하자 "OO부동산으로 와달라"는 답을 들었다. 약속된 시간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방문해 계약서 작성을 완료한 A씨는 공인중개사로 부터 "수수료 15만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말을 들었다. 

   
▲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연장 계약서를 작성할 때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요구하는 '대필료'를 두고 시장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법안 시행 후 실제 계약 상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연장 계약서 작성 중개 보수 수수료를 뜻하는 '대필료'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갈등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입자가 종전의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계약 만료 6개월 이전에 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만 밝히면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함께 시행되자 첫 계약이 끝난 후 5% 이내에서 보증금을 상향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계약서 다시 쓰는 경우가 증가했다. 특약 사항에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행사했다는 내용을 넣는 집주인들도 늘었다.

A씨는 "수수료가 15만원이라는 사실을 미리 고지 받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중개사는 현금만 받는다고 요구했다"라며 "이에 부당함을 따지자 중개사가 대필료를 받지 않겠다 물러나 수수료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반대 경우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글도 게시됐다. 글을 게시한 집주인 B씨는 현 세입자가 계약을 2년 연장하고 싶다고 요구하자 5% 상향한 보증금으로 계약서를 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B씨는 세입자가 반드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가서 계약서를 쓸 것으로 요구해 의견 충돌이 생겼다고 전했다.

B씨는 "가뜩이나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시세보다 싼 전세계약을 2년 더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데 중개사 수수료까지 내야하냐"면서 "세입자는 각각 쌍방으로 중개수수료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런 경우는 세입자가 모두 지불하는게 맞다고 생각해 의견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갱신하는 계약이라는 특약사항은 중개인이 없어도 계약서에 넣을 수 있는데 세입자는 반드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등 연장계약서 작성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견 조정이 힘들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적정선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공인중개사의 계약서 작성 업무 수수료는 5~10만원 수준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각각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공제증서를 발급하고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직인을 찍어주는 경우 수수료는 더 높게 책정된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계약서 작성에 도움을 주는 중개사는 계약서 작성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고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기본적인 권리 관계를 확인해준다. 또 양측이 원하는 특약사항 기입을 도와주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7월 말부터 제기됐던 주택임대차보호법 졸속 입법에 대한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을 때 일어나는 변수들에 대한 고려 없이 법안이 도입돼 임대차 시장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원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과장은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계약서 작성 시 공인중개사를 끼고 도움을 받는 것은 의무 사항이 아니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선택을 통해 진행하면 되는 부분”이라며 “부동산 지식이 부족하거나 직접 권리 관계 확인이 어려운 수요자들은 중개사를 통해 계약서 작성을 할 수 있고 계약서를 쓸 때 서명이나 날인 등 어떤 형태로든 중개사가 계약에 개입하게 되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중개사에게도 책임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인중개사 법에 ‘대필료’ 항목으로 규정된 부분은 없으나 연장 계약서 작성 업무에서 발생하는 중개 보수가 있다”며 “중개사들은 중개 보수에 현금만 요구하거나 공인중개사 법에서 정해둔 중개보수 요율을 넘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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