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 지역격차 해소책, 기업 해외 탈출·지역쇠퇴 역풍 불러
지역격차 해소정책은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10년 넘게 중앙정부 광역단체 지자체를 가리지 않고 추진해 온 국토정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발전정책, 지역격차 해소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효율성은 배제한 채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 글은 자유경제원이 12일 주최한 자유주의연구회에서 <지역 격차>라는 주제로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가 발표한 주제 발표문이다. 미디어펜은 주제문 일부를 발췌하여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지역격차 무엇이 문제인가 (상)

   
▲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

지역격차 해소 정책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불평등이나 격차의 존재라는 말은 정부와 정치권을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지역격차는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어 해결해야할 사회문제가 되고, 국가적 어젠다(agenda)가 되어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척결에 나서게 된다.

그 결과는 다음에 열거한 정책들이다. 그런데 지역격차가 국가적 어젠다가 되어 온 정치권과 정부가 하나로 나서야할 국가 핵심 사안인가는 그 효과성과 함께 의문이다. 그리고 그 동안의 지역격차 해소 정책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모두 실패했다. 정책이 성공했다면 지역격차는 이미 줄어들어 거의 없어졌던가 사라졌어야 할 역설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격차 해소 정책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경제적 효율성은 배제된 채 추진되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격차 해소가 목표가 아니라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중앙과 지방의 지역격차 해소가 목표였다면 세종시는 충청이 아니라 강원이 되어야 옳다. 강원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강원도는 세종시의 건설로 행정중심 내지는 행정수도와 더 멀어졌다.

지역격차를 해소하는 전통적으로 중앙의 예산으로 도로건설, 공항건설, 교량건설 등 지역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방도로나 지방공항 건설 등의 공공사업에 중앙의 재정이 투입되어 낭비되었다.

이러한 공공사업이 지방의 고용을 창출하고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어 지역 간 격차를 개선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여 일본도 상당히 많이 추진하였지만 이제는 상당히 자취를 감추었다. 역설적이게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의 교통을 편리하게 한다고 지역의 요청에 따라 만든 고속도로나 KTX, ITX가 비수도권 지역의 자원을 수도권이나 서울 강남으로 빼앗겨 버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 세종시 위치도. /자료=세종특별자치시청 홈페이지 

세종 신도시 개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3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 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그 내용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행정수도 이전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세종시가 되었다. 이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김대기 씨는 다음과 같이 세종시의 근본 문제점을 지적한다.

“장차관은 거의 서울에 상주할 수밖에 없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퇴근 시간이 되면 빨리 서울행 통근버스 타는 일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다른 부처가 회의를 소집해도 무관심 하던 공무원들이 이제 서울에 있는 부처가 회의를 소집하면 고마워하면서 간다. 간부들은 오가느라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아까운 출장비만 소진한다.”

“세종시는 태생부터 기형인 도시이다. 충청권 ‘표’ 대문에 국가행정 시스템이 담보로 잡힌 꼴이다. 지방이 살려면 정부보다 기업이 들어서야 한다. 수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세종시는 충청지역에서의 득표와 정치적 지지 확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도시이다. 세종시와 관련하여 수많은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충청도의 표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이러한 국가적 낭비를 애써 외면해왔다.

훗날의 역사가는 세종시를 시작하고 결말지은 노무현 대통령((박근혜 대통령도 포함)의 포퓰리즘 정치가 만들어낸 천문학적인 국가 손실을 기록할 것이다. 세종시는 추가적으로 인위성으로 인한 비효율성에 더하여 통일 이후 행정수도가 충남에 위치하는 비역사성과 불편함으로 재이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되어야 한다.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국가균형발전론과 수도권 규제: 공기업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엄밀히 말하면 ‘국가균형발전론’은 정치적 목적에 근거하여 지어낸 달성 불가능한 허구이다. 특히 균형이 어느 정도의 균형이나 평등을 의미하느냐에는 과거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어느 철학자도 명확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사실 수도 이전은 훗날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했듯이 2002년 16대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되고 “재미를 좀 본” 공약이었다. 그리고 국가균형발전론은 충청권에 행정복합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기타 지방의 반발을 정치적으로 무마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일 뿐이었다.

충청도가 행정복합도시 후보지로 선정되자 노무현 정부가 충청도에만 특혜를 준다고 타 지역이 반발했고, 그 반발을 무마하고자 정치적인 해결책으로 급조하여 만든 것이 ‘국가균형발전론’이었다. 내용은 각 지자체에 공공기관을 이전시켜 나눠주고 16개의 기업도시-혁신도시를 건설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04년 1월 16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공포하고, 2007년 1월 11일에는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부의 지원을 법으로 못 박았던 것이다. 세종시든 ‘국가균형발전론’이든 모두 정치권이 그 발원지이라는 사실은 지역격차 해결의 근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치적 목적의 지역격차 해소 프로젝트는 거의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낸 행복·기업·혁신도시 정책이 실제로 결과한 것은 막대한 토지 보상비가 풀려 전국적으로 투기가 발생하고 그 결과 지방의 땅값이 올라 공장신설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고, 기업이 해외로 나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강남을 홀대하고자 했던 의도와 달리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올려 강남을 세계적인 고가(高價) 부동산 지역으로 만들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여 만든 국가균형발전론의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그 낭비와 비효율성으로 행복도시에 행복이 없고, 기업도시에 기업이 없으며, 혁신도시에는 혁신기업이 없고 서울에서 이전한 정부 기관만 가득하다.

   
▲ 12월 12일 자유경제원에서 개최된 자유주의연구회에서 <지역 격차>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 

수도권 규제도 동일하게 정치적 논리로 만들어졌다. 그 내용은 대기업 입지규제, 공장 총량제, 대학신설 금지 규제, 상수원 보호 구역 규제, 군사시설 규제, 그린벨트 규제 등이다.

문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다고 했지만 기업들이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현실에서 기업은 해외로의 탈출을 감행했고 지금도 빠져 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기업이 다시 U턴하지 않는다면 지방의 생산기반은 계속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밀집을 인구 집중 때문에 나온 정책으로만 본다면 우리나라보다 더욱 인구가 밀집된 일본과 비교할 수 있다. 일본은 도쿄 일극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법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었고, 그것도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으로 어렵게 되자 2002년 완전 폐지시켰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히려 총리실이 주도하여 도쿄도와 오사카부, 아이치현 등 대도시권에만 국가 전략 특구라는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를 위한 전략 지구로 지정하여 투자 유치에 전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KTX, ITX의 운행으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된 현실에서 수도권 인구 밀집 및 자원 집중 완화를 위한 정책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밀집 완화가 아니라 집중에 의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 창출과 국내외 투자 유치 환경 조성이다. 우리의 수도권 규제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일본처럼 전략특구 지정을 통한 규제 완화와 세제 감면 조치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수도권 규제가 제조업 기업 투자만 막은 것이 아니라 고부가 가치의 서비스 산업과 문화 산업 육성을 함께 묶어서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교육·의료·법률·문화·관광·교통의 갖추어진 인프라가 국제적 수준인데 그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과 문화 컨텐츠 사업을 일으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재정경제부총리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풀어야 할 규제는 ‘수도권 진입 규제’임을 알려준다.

다시 말하여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진정 추진해야할 정책은 수도권 집중완화를 위한 수도권 진입 규제이다. 이제 해볼 만큼 해보았으니 허망한 ‘수도권 진입 규제’와 ‘국가균형발전론’을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 혁신도시 직원 80%는 서울에 집. /자료=한국경제신문, 혁신도시발 KTX 대란, 2014년 11월 22일 A1면 

최근 ‘국가균형발전론’에 따른 공기업 지방이전이 완결되고 있다. 광주, 전남으로 이전되는 공기업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전력, 한전 KDN, 한국전력거래소, 우정사업정보센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농업연수원 등 18개 기관이었고, 강원으로 이전되는 공기업은 한국관광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도로교통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훈복지의료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었다.

하지만 위 자료에서 보듯이 공기업 지방이전과 지방혁신도시가 결과한 것은 기업의 입주와 지역 거점혁신이라기보다는 이주하지 않은 5만명 직원의 주말 대이동이다. 결국 혁신도시는 KTX 영업이익을 ‘혁신’적으로 올려주는 ‘혁신적’인 역할을 하게 된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