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0곳 중 4곳 준비 안돼…인건비·구인난·매출 감소 3중고 불보듯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탄력근무제 등 보완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52시간 근로제가 강행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고비를 버텨오던 기업으로서는 한 가닥 희망사다리마저 끊어지는 셈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직격탄까지 맞은 중소기업들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말 종료되는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묵살하고 강행 입장을 밝혔다. 주 52시간 근로제 대상은 전국 중소기업 2만4179곳에서 일하는 253만여 명이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기업 수 99%, 고용 83%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지난달 30일 통계에 따르면 10월 중기 취업자는 2436만1000명으로 작년보다 47만9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53만8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되면 기업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취약 계층 일자리는 위협 받는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관련 고소·고발도 빈번하게 일어날 우려가 높다. 생존 위기에 몰린 기업주들은 범법자라는 이중 낙인까지 각오해야 될 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선한 법이 실업자를 양산하고 범법자로 내모는 모두의 악법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지난 1년간 정부의 정책 지원과 함께 노사가 노력한 결과 주 52시간제 준비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계도기간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종료 배경으로 50~299인 사업장 80% 이상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이고, 90% 이상의 기업이 내년에는 준수 가능하다는 전수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고용부의 조사 결과는 앞서 11월 초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와의 큰 차이가 있다. 중기중앙회 실태조사에서는 주 52시간제 적용 준비가 안 된 기업 비중이 39%에 달했다. 현재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면 이 비율은 84%까지 치솟는다.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6%였다. 고용부의 조사와는 판이한 결과다. 

   
▲ 문재인 정부가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탄력근무제 등 보완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52시간 근로제가 강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고비를 버텨오던 기업으로서는 한 가닥 희망사다리마저 끊어지는 셈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인건비 폭탄, 구인난, 매출 감소 등 3중고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대기업에 비해 재무 상태와 근로여건이 취약한 많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코로나19의 3차 유행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특히 업종 특성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주 52시간제 보완입법인 탄력근무제 등의 국회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2년 가까이 방치된 법안의 처리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노동계는 탄력근로 확대를 대가로 또 다른 기업 옥죄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친노동 정부를 등에 업는 노조가 조용히 지켜만 볼 리는 만부하다.  또 다른 기업 옥죄기 법안이 우려된다.

국회는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의 주 52시간제 강행은 중소기업엔 치명적이다. 지난 3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체력이 소진된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확산과 주 52시간제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안게 된 것이다. 궁지에 몰린 일부 중소기업은 주 52시간제 적용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종업원 50인 미만으로 회사를 쪼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의 시름은 덜어주지 못할망정 고통을 가중시키는 모습에서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인지 새삼 재확인할 뿐이다. 제조업 부진은 깊어지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7%로 전월(73.9%)보다 낮아졌다. 소비가 가라앉고 비내구재의 판매가 –5.7%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국내외의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 산업활동이 더 위축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2단계+α'로 격상됐다. 서비스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소비가 급속히 후퇴하고, 제조업 생산도 계속 악화할 공산이 크다.

와중에도 정부·여당이 쏟아내고 있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이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경제계가 그토록 반대하는 규제에 더해, 노사 갈등과 기업 부담만 키우는 노조 관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탄력근로나 선택근로 등의 대안도 없이 중소기업 주 52시간 근무제도 강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는 것은 매년 10여개 안팎에 불과하다. 대기업으로 진입한 기업은 1년에 한 곳도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을 내건 정권이 임기 4년 차에 20년 만의 최악 실업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더 이상 낙관론은 희망고문이다,

노동집약적 업종이 많은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는 직격탄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다리'가 끊어진다. 제조 강국인 한국의 '제조 생태계'가 몰락한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 정책이 시장의 몰락을 부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급격한 인상에 이미 수많은 노동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은 현실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는 현장을 무시한 귀족노조나 현 정부의 유토피아다. '생색내기용' 정책에 기업도, 노동 약자도 멍들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고 있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