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38·롯데 자이언츠)이 판공비 논란에 휩싸였다. 선수협 회장을 맡은 후 연 3000만원이던 회장 판공비를 6000만원으로 셀프 인상했고, 개인계좌로 현금 지급받아 사용처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1일 SBS 뉴스는 "이대호가 지난해 3월 선수협회장에 취임한 뒤 회장 판공비를 기존의 연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2배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선수협회비는 최저연봉 선수를 포함한 전체 선수들이 연봉의 1%를 갹출해 조성하는데 선수협회장 판공비 6000만원은 최저 연봉의 2배가 넘는다. SBS는 "판공비는 이대호의 개인계좌로 입금됐고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는 아니어서 용처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호 측은 사용처를 묻는 질의에 공익을 위해 썼다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선수협 회장 이대호의 판공비만 논란이 된 것이 아니었다. 앞서 이날 김태현 선수협 사무총장이 판공비 연 3000만원을 법인카드 대신 현금으로 지급받아 선수협이 추가 세금을 내게 되는 등 피해가 있었던 사실이 OSEN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 사무총장은 자신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손실이 발생한 부분을 원상복구한 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엠스플뉴스의 2일 후속 보도에 따르면 이대호는 선수협회장이 되기 이전 이사회에서 판공비를 1억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이 고생하니 보상 차원에서 판공비를 듬뿍 올려주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는 것. 이대호가 회장으로 당선된 후 이대호 개인 차원이 아닌 이사회에서 판공비 인상을 결정했고, 선수협 측의 난색 표명으로 인상 가능 최대치인 6000만원으로 인상했다는 것이다.

경위가 어쨌든 이대호의 선수협회장 판공비 6000만원과 불투명한 사용은 씁쓸하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탄생한 단체다. 선수협 회원인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는 이대호처럼 4년 150억원(연 평균 37억5000만원)의 높은 몸값 선수도 있고, 최저연봉인 2700만원(내년부터 3000만원으로 인상)을 받는 선수들도 많다.

아무래도 저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보호를 받아야 할 일이 많고, 선수협은 그런 선수들의 권익을 위한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 단체다. 그런데 회장이 판공비로만 최저연봉 선수 두 명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무슨 일에 쓴 지도 모른채 선수협이 운영돼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대호는 선수로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오랜 기간 활약했고, 많은 팬을 가진 인기 스타다. 일본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뒤 4년 전 롯데로 컴백하며 4년 15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몸값(지금까지도 최고 기록)도 받았다.

선수로서는 이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대호지만, 이제 곧 물러날 선수협회장으로서는 만회하기 힘든 '최악의 실책'을 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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