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주의·반기업정서만 주입…헤엄 못치는 연어들만 양성
자유경제원에서는 2014년 산적한 교육쟁점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교육쟁점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총 열 두 차례에 걸친 토론의 장을 통해 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추진의 문제점, 교육내용의 좌편향, 학생인권 조례의 문제 등 구체적인 교육현장의 문제들을 짚고자 했다. 자유경제원은 연속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관련 전문가와 시민운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2014 자유경제원 교육대토론회-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9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의 토론문 전문이다.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1. 들어가며

경제적 자유는 모든 자유 중 가장 중요하다. 경제적 자유가 없다면 정치적 자유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이에크는 일찍이 말했다. 종이를 만들 자유가 없다면 출판의 자유가 없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우리를 놀라게 했던가. 경제를 빼놓고는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교육 예술을 말 할 수 없다.

경제와 시장에는 자유 개인 권리 개방 교환 평화의 공진화 매커니즘이 들어 있다. 경제와 시장이 만들어 내는 번영이 없다면 우리는 빈곤의 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여가는 불가능하다. 빈곤의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유를 누리는 것만큼 배우고 익히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중요한 경제교육이 우리 학교 현장에 부재하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경제교육의 부재가 어떻게 체제 부정적인 청년을 양산하는 지를 논해보고자 한다.

   
▲ '2014 자유경제원 교육대토론회-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토론회의 전경 

2. 경제 교육이 없다

학교 경제교육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보자. 학교에서는 경제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첫째는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제과목이 선택과목이다. 학생들은 중학교 마지막 학년인 3학년 때 경제를 한 단원에서 맛보기 식으로 처음 배우고, 고등학교 1학년이 지나 2학년이 돼서야 경제 과목을 그나마 ‘선택’할 수 있다.

3학년 때는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만 공부를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선택하지 않는다. 경제반이 편성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선택하는 학생수가 적어 반편성이 안될 경우에는 소수의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에선 반을 편성할 만큼 지원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표를 하나 보자. 표를 보면 10개의 사회탐구 과목에서 경제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은 고작 2.9%로 가장 낮다. 우리나라 경제교육의 현주소다.

   
▲ 2015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과목별 응시현황 

교과 외에 경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다. 본교에서도 본인이 7~8년 전에 만든 경제동아리가 전부다. 경제동아리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과 다르다. 공부를 통해 세상을 제법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잘 본다. 반면에 경제를 배우지 않거나, 모르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이다.

둘째, 학생들이 경제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경제를 재미없게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학생들에게는 경제철학과 경제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개념과 책이 얼마나 많은가. 계산하는 문제보다 이런 경제철학적 교육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법과 깊이, 글쓰기 등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셋째, 둘째 이유와 맞물리는 것으로 전문화된 경제교사가 태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사들도 경제를 가르치기에 부담을 느낀다. 학생들의 문제만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교사의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좌우 논쟁이 심해서 경제교육의 좌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도 중차대한 문제다. 경제성장에 관한한 좌파의 이론은 이미 엉터리로 판명이 났는데도 막강한 조직력 때문에 학생들이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제대로 접하지 못한다.

   
▲ '2014 자유경제원 교육대토론회- 흔들리는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3. 경제교육 부재가 만들어내는 문제

우선 경제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부모세대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모른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성장사가 삐뚫어진 역사라고 말한 대통령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학생들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사는지도 모른다. 무역 규모가 1조 달러 이상이라는 사실이 갖는 의미를 모른다. 수출이 세계 10위권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사를 접하기도 어렵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거치면서 쑥대밭이 된 한국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모른다. 기업의 목적과 역할, 기업가 정신도 물론 모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도 모른다. 시장, 교환, 거래, 사유재산권, 자유, 계약, 법치, 평화의 중요성도 모르긴 마찬가지다. 이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

대학입시 면접에 들어갔던 대학교수가 최근 필자에게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기업의 목적과 역할에 대해 대부분 학생들이 ‘이익의 사회 환원’이나 ‘좋은 일 하는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답하더라는 것이다.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대답을 해서 억장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무역의 기본 개념과 효과에 대한 개념도 없다. 물론 제대로 안 가르쳐줘서다. 자유무역(FTA)이 무역 상대국에게 어떻게 윈-윈 게임이 되는지도 모르고 졸업한다. 무역하는 국가가 많다는 것을 무역 의존도가 높다고 가르친다. 무역하는 국가가 많을수록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이라는 개념을 모른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경제교육 현실이 이렇다.

조선이 왜 망했는지도 정확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일본이 침략해서라는 게 전부다. 조선의 국력이 왜 약해졌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일본과 달리 조선이 도도하게 흐르는 자유의 물결에 무지했고, 부를 만들어 내는 시장과 상업, 공업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주자학적 관념주의에 빠져 상업과 공업을 천대한 결과였다. 장사는 나쁘고 이익은 부도덕하다는 사농공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저 일본이 나쁘다고만 한다.

   
▲ 2013년 12월 민주노총이 철도노조 민영화에 반대하며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전교조 교사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성과 기득권 지키기에 대해서는 눈 감은 채 거짓선동과 악의적 괴담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고, 이러한 괴담에 현혹되는 학생들이 각급 교실마다 다수 있었다. 

4. 사회진출 후 괴담유포자로 전락

이처럼 학생들이 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윤추구를 부도덕하다고 보거나, 기업을 노동자 착취세력으로 보거나, 시장을 약자에게 불리한 곳으로 본다.

2013년 12월 발생한 ‘코레일 철도파업’ 때도 민영화를 이해하는 청년들은 드물었다. 국유화가 좋고, 민영화는 악이라고 대부분 보고 있다. 대학가 대자보 사태도 그런 종류였다. 가령 철도를 민영화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운임이 28만원이 된다는 ‘28만원 괴담’은 대표적인 사례다.

FTA 협정으로 자유무역을 하면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주장이 나돌기도 했다. 이런 청년들은 정치인과 법조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업을 때려잡아야 하는 존재로 보는 정치인들의 말에 혹한다. 재래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에 박수를 친다. 재래시장을 보호하기는커녕 중소 납품업체들만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데도 이들은 모른다. 보호정책이 그저 “친서민적, 착한 일이다”는 생각만 한다.

잘 알다시피 기업의 이윤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결과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주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생존할 수가 없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기업만이 매출이 늘고, 이윤이 늘어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업은 소비자를 착취한 적도 없고, 소비자에게 물건을 사가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시장에선 소비자가 왕이다. 시장에선 소비자 이익에 잘 응한 기업만 살아남는데도 기업이 착취해서 이윤을 걷는다고 선전된다. 기업가들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 원가를 절감하고 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기업가 정신은 소비자의 이익과 직결된다.

좌편향 교육계 인사들은 더 부채질한다. 이들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시장경제는 악이라고 가르친다. 이들은 시장이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고 가르치고, 자살을 부르는 경쟁을 강요하고, 강자가 판을 치게 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한다고 가르친다. 기업가는 늘 부정하게 돈을 번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5. 잘 사는 법 가르치자.

신문에 실린 칼럼 내용 중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시장경제 시스템의 규칙을 알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는 것은 마치 연어가 헤엄치는 방법도 모르는 채 거친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글이다. 경제의 ‘경’자도 배우지 못한 채 시장경제라는 광대한 바다로 무작정 ‘배출되는’ 청소년들을 헤엄을 못 치는 연어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더 이상 학생들을 연어로만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성장해서 나가게 될 시장은 위험하고 어렵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도전과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몇 가지 투자를 해야 한다.

첫째 중·고교에서 경제를 가르칠 교사가 더 배출돼야 한다. 일반사회를 전공한 교사가 경제를 가르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교사가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보충자료와 부교재를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

둘째, 다시 얘기하지만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경제에 흥미를 잃는 것은 어렵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딱딱한 이론과 그래프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필요한 ‘생활 속 경제’를 담아내야 한다.

셋째, 선진국의 학교에서 운영하는 경제교육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용돈 장부를 적는 방법이나 모의 투자와 같이 스스로 돈을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현재 언론과 금융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경제 캠프를 벤치마킹해 공교육에서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경제 캠프는 이론보다는 실습과 체험위주여서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도가 높다.

   
▲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어 하향평준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사고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것은 수월성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 의회 교육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준비를 하고 있다. 

6. 결론 -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국·영·수 중심으로 EBS 교재만 파고드는 획일적이고 하향평준화 교육은 멈추어야 한다. 생활경제 교육, 기업, 무역, 세계 경제에 대한 교육이 더해진다면 우리 학생들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과정, 왜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가 생기는지를 배운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위해 교육당국과 많은 기관들이 공동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더 많은 기업과 지역사회, 학교도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의 책임과 권리를 정확하게 인식하게 할 수 있다. 경제 지력이 높은 국민이 많을수록 국가는 잘 살게 된다.

무엇보다 경제라는 것이 이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논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돕는 행위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 내가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그것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것을 내가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교환의 미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교환을 통해 사회를 유지한다는 점을 학생들이 어릴 때 깨달을 수 있다면 오히려 이기적인 가치관이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

사회란 일하기 위해 모인 것이며, 일이란 노동이 아니라 자기실현의 장이라는 점에서 직업의 소중함과 직업윤리를 함께 가르쳐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이 갖는 참 의미가 발견될 수 있다. 시장에서 경쟁은 다른 이를 갈취하고 눌러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동을 통한 경쟁이며, 시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패자도 자신에게 합당한 몫을 가져가는 다균형 생태계라는 점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에 대한 경제교육은 경제철학이 그 바탕이 될 필요가 있다. 경제문제 하나를 잘 푸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시장원리 속에 담긴 상호호혜성, 그리고 생산자가 소비자를 섬기고 소비자는 자신의 효용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합리적 소비행위를 터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4만 달러 시대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경제관을 갖도록 할 때 시장경제가 어떻게 개인과 국가를 잘 살게 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경제교육을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할 때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