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 재무구조 악화 속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한창
이 와중에 결정한 아시아나항공 M&A…노조, 정리해고 우려
산업은행과 전원 고용 의지 확약한 경영진, 귀추 주목된다고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2009년 1월 15일, 뉴욕발 노스캐롤라이나 샬럿행 US 에어웨이즈 1549편이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고장나 강에 불시착했다. 기장과 부기장은 기체를 글라이더처럼 활공케 했고 강에 착수하는데 성공해 승객 150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해냈다.

이른바 '허드슨강의 기적'의 개요다. 이는 위기 상황 속 분초를 다투는 조종사들의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국내 항공업계 맏형이자 우등생이던 대한항공은 순항 중에 여타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버드 스트라이크에 맞아 엔진에 불이 붙었다. 코로나19 사태 얘기다. 때문에 수입이 급격히 줄었고 올해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4조5000억원 조달을 위해 각종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비상상황에서는 모든 짐을 내던져야 하듯 대한항공(KE) 기장·부기장을 맡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기내식·기판 사업부, 왕산레저개발·칼 리무진(KAL LIMOUSINE)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유급 순환휴직은 덤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은 서울시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지연되고 있어 다급함을 더한다.

그런 와중에 항공업계 빅딜 관제탑역인 한국산업은행과는 아시아나항공에 관해 교신하며 전격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항공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다. 동력 상실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도 있는 판국에 과감한 베팅을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사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에게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정리해고는 시행하지 않아왔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M&A를 논의하며 해고 없는 경영 정상화를 계약서상에 확약했다. 그러나 객실 내 승객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양 사 노동조합원들은 조종간을 잡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진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니, 불신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현실적으로 양 사가 통합되면 중복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봐서다.

   
▲ 2019 IATA 연차총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하지만 산은을 든든한 뒷배로 두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진은 2조5000억원 유상증자·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인수 등의 방안도 공표하며 재무적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럼과 동시에 "본부(HQ) 2000여명을 포함한 양 사 인력은 2만8000여명이고 정년 퇴직과 자발적 사직자 등 자연감소인력은 연간 1000여명"이라며 "부서 이동 등을 이용해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며 승객들을 달래고 있다.

종합하자면 기장 조원태 회장은 시계 제로인 악천후 속에서 기체 안팎 전반의 문제로 수동 조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계 항공사들은 현재 심각한 경영난으로 줄파산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 대한항공은 매우 중차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경영 위기 파고를 넘어 전원 고용 유지 사수까지 해낼 뜻을 밝힌 'KE 캡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의 지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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