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말 배당 앞두고 고심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연말 배당을 앞두고 은행권이 고심에 빠졌다. 은행주는 투자자들의 연말 배당 기대감이 크게 형성되는 대표적 고배당주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실확대를 우려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우선시하고 배당은 자제할 것을 은행에 권고하고 하면서 은행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7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시적으로 은행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달 들어 개별은행과 협의하고 있으며, 내년 초 확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지난 4월에도 은행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을 주문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주요국 사례를 들어 “각국 감독기관이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 중단 등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할 것을 당부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영국 등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배당 제한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권에 배당 금지조치를 내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연말까지 배당 규모를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하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배당 제한 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주요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우려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경영실적을 내놓으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여기다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신한·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하나금융은 지난 8월 당국의 배당자제 권고에 “선제적 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지난 2012년 이후 최대실적을 달성했다”면서 대규모 이익을 달성한 올해 상반기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배당정책의 일관성 훼손과 신뢰도 하락 우려를 들어 중간배당을 강행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달성해 투자자들의 연말 배당 기대감이 크게 형성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배당규모를 낮췄다가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 등도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면서 “문제는 ‘주주들을 어떻게 납득시키느냐’인데 협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아직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