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연내 가격인상 검토 안해…대신 새해 벽두부터 줄인상 전망
   
▲ 대형마트 우유 진열 매대.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이서우 기자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해마다 연말에서 연초 사이에 관행처럼 가격인상을 해왔던 식품·외식업계가 올해는 눈치를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소비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반발여론을 우려해서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연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이미 몇몇 식품업체들은 한차례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이유다.

오뚜기는 올 하반기 들어 즉석밥 3종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오뚜기 즉석밥 3종은 작은밥(130g), 오뚜기밥(210g), 큰밥(300g)이다. 오뚜기밥 기준 710원에서 770원으로 올랐다. 

롯데제과는 목캔디와 찰떡파이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작은 상자에 들어 있는 목캔디는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올랐다. 대용량 제품들은 가격을 유지하고 용량만 축소해 사실상 가격인상과 다름없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일부 음료의 편의점 납품가를 인상했다. 밀키스, 핫식스, 사각사각 꿀배는 200원씩 올랐다. 트레비와 아이시스8.0은 100원 인상됐다.

대상은 지난 5월 종가집 ‘시원깔끔포기김치(3.3㎏)’ 가격을 4년 만에 5.7% 올렸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 가격을 3% 인상했다.

롯데푸드도 지난 6월 편의점에 납품하는 뽀모도로 스파게티 가격을 38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렸다.

식품·외식업계는 올해 유례없는 장마로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내년 가격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벌써 코카콜라는 일반 음식점에 납품하는 ‘업소용 제품’ 가격을 이달부터 인상했다. 음식점 점주에게 제품을 공급할 때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그 비율을 낮게 조정한 것이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음식점 점주가 음료 도매상에게 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커피와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제품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다. 우유 원유가격이 내년 8월부터 리터당 21원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은 현재 기본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인상된다.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물류비 등 부수적인 비용이 증가하면서, 소비자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경미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월 발표한 ‘기록적인 장마, 식재료비 급등에 외식업체는 초유의 위기 상황’ 보고서에서 “외식업체 입장에선 예년보다 곡류, 육류, 수산물의 주요 품목들이 상승해 식재료비 부담을 안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매출과 이익에 타격을 입었고, 올여름 장마와 수해 등으로 채소류 가격 폭등까지 이어져 이중삼중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올해 가격인상은 아무도 총대를 메지 못할 것이고 내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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