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의결권 72% 행사…지분 94%는 찬성표에 쓰여
   
▲ 공정거래위원회 앰블럼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삼성과 한화 등 대기업집단 20곳은 총수가 계열사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았고, 이사회는 전체 안건의 99.5%를 원안대로 의결하는 등 '거수기' 역할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런 내용의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1곳의 소속회사 1905개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한 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4%(313개)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효성, 코오롱, 이랜드, DB, 네이버, 한국타이어,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유진 등 20개였다. 

이 중 절반은 총수는 물론, 2·3세조차 단 한 곳의 계열사에서도 이사를 맡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연속 공정위 분석대상에 기업집단 21곳을 중심으로 비교하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은 13.3%로 지난 2016년(17.8%)이나 2019년(14.3%)보다 하락했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을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 이를 회피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상장사)나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비율이 높아, 주력사의 39.8%, 지주회사의 80.8%,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54.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올라가 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주력회사, 지주회사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아 이사로 등재하는 비율이 높다"며 "이사로 등재해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였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에 이르지만, 최근 1년 사이 전체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0.49%에 불과했다.

이사회 안건 가운데 99.51%는 원안대로 가결됐고, 특히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692건)은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넘어갔다.

내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266개 상장사는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두고 있었는데,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2019년 5월∼2020년 5월) 상정된 안건(2169건) 중 1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위원회의 원안 가결률은 총수 없는 집단(97.1%)보다 총수 있는 집단(99.6%)에서 더 높았다.

성 과장은 "수의계약으로 맺은 내부거래 안건 중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78%에 육박하기도 했다"며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58개 대기업집단 중 19개 집단의 35개 회사는 계열사 퇴직임원 출신 4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공정위는 퇴직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봤는데, 내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57개사의 주주총회에 참여,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 의결권 비율은 72.2%였다.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 가운데 94.1%는 찬성 쪽으로, 5.9%는 반대로 사용했다.

성 과장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활성화됐으나, 최근 의결권 행사 비율이 다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소수 주주의 권리 행사를 돕는 장치인 전자투표제를 도입·실행한 사례는 늘어, 266개 상장사 중 49.6%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이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는 48.1%였다.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 비중은 전년(34.4%)보다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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