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NH증권 이견 좁혀져…"상당한 시간 소요될 것"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구제대책이 여전히 논의 중인 가운데, 최근 진행된 관련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거쳐 가교 운용사(배드뱅크) 설립방안이 유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에 나서는 셈이지만 실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다시 한 번 배드뱅크 설립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즉, 판매사들이 공동 참여해 가교 운용사를 설립한 뒤 수습에 나서는 방식이다. 수습 과정이 더 많이 진전된 라임자산운용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 사진=연합뉴스


이 방안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판매 증권사, 사무관리회사, 수탁사, 회계법인 등 이번 사태 논의를 위한 협의체 간에 이뤄진 제3차 회의에서 다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드뱅크 설립방안은 진작부터 언급된 방식이긴 하지만, 그동안 금감원과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간의 이견 때문에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라임 펀드와 달리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판매사 구성이 단순한 점, 펀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점 등을 근거로 별도의 가교운용사를 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NH 측은 스스로도 ‘사기범죄’의 피해자인 자신들이 대규모 사기사건의 수습 주체 역할을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옵티머스 관련 사안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로서는 판매사가 공동 참여하는 배드뱅크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데에 금융당국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 금융사기 이상의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면서 “NH 측에 무거운 짐을 지우기엔 그들 역시 피해자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액은 NH투자증권 4327억원, 하이투자증권 325억원, 한국투자증권 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 148억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자(계좌수 기준)는 총 1166명으로 그 중 982명이 개인투자자, 184명이 법인투자자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개인이 2404억원, 법인이 2747억원으로 분포돼 있다.

만약 배드뱅크를 설립하게 되면 라임 때와 마찬가지로 펀드 이관을 목표로 하는 복수의 판매사들이 출자금을 마련해 가교 운용사를 설립하게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환매 중단된 모펀드를 포함한 자산들을 이관 받아 자산 회수를 주목적으로 하게 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으로 방향을 정했더라도 단시간 내에 추진이 될 수 있는 상황조차 아니다”라면서 “판매사 간 출자금 비중을 정하는 것부터 운용사를 어떤 인력으로 누가 이끌어갈 것인지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논의되려면 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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