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차관회담…비건 “한반도 정세·동맹 관리에 최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오전 외교부청사에서 한미 외교차관회담을 갖기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정부 임기 내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에게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차기 미 행정부에서 한미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게 가교가 되달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9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있었던 최 차관과 비건 부장관의 한미 외교차관회담과 관련해 “두 사람이 한미관계 전반과 역내‧글로벌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서 “최 차관은 차기 미 행정부에서도 지난 성과들이 잘 이어져 한미관계가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반 동안 △빈번한 정상간 소통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 △신남방정책-인도‧태평양 전략간 연계 협력 심화 △의회‧학계 차원의 활발한 교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미측 문서 추가 비밀해제 △주한미군 기지 반환 추진 △두 차례의 미사일 지침 개정 △코로나19 대응 관련 긴밀한 공조 등 양국 정부가 다양한 성과를 함께 달성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3년간 한미 양국 정부가 거둔 성과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고, “행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한미 간 신뢰와 공조는 굳건할 것이며, 한반도 정세 및 동맹 현안의 관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두 사람은 역내 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으며, 한미동맹을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더욱 굳건하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자는 데 공감했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 차관은 “어려운 일에 대한 도전은 우리 동맹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동북아시아 평화 안보의 견고한 핵심축”이라면서 “한미 모두 한반도 평화구축을 향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시작했다. 북한도 우리만큼 이것을 알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건 부장관은 “우리(한미)는 함께 위대한 일을 해 왔고, 앞으로 해 나갈 많은 위대한 일들이 있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에도 당신의 팀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엔 비건 대표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렸다. 비건 부장관은 2018년 8월 국무부의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돼 지난해 말 부장관으로 승진했으며, 부장관으로서의 카운터파트가 최종건 차관이고, 북핵수석대표 카운터파트가 이도훈 본부장이다.

이 본부장은 “돌이켜보면 그 동안 한반도 상황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한미는 두 가지 핵심 원칙을 굳게 지켜 왔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한미 간의 빈틈없는 조율과 긴밀한 공조를 두 원칙으로 꼽았다.

이 본부장은 “이 두 원칙이 북한과의 대화 추진에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 믿는다”면서 “이 전환기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유익한 협의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 반은 리더십의 여정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대되는 규범과 예측가능한 과거의 행동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상 차원의 관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또 “이는 두 동맹의 여정이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매 순간 나란히 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고 북한에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고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신은 훌륭한 파트너였고 나는 당신을 매 순간 신뢰해 왔다. 돌파구를 마련했을 때 성공의 순간과 우리의 노력이 눈앞에서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의 좌절 등 모든 것을 함께 했다”고 말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당시를 회고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비건 부장관은 "저는 저희를 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한 기초를 함께 설정할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회담 모두 미측에서는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 배석했다.

한편 전날 오후 입국한 비건 부장관은 이날 두 카운터파트와 만난 뒤 10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 및 국내 외교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의 강연 일정을 소화한다.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에는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 담당 특사,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오찬을 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저녁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비건 부장관 및 미국 대표단을 초청해 여는 격려 만찬에 참석하며, 12일 오전 오산 미군기지를 통해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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