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치맥 열풍…인터넷 온라인 시대 더 이상 시장규제 의미없어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5) - 세계화, 열린 사회로 가는 길

별에서 온 그대, 한국에서 온 그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 김수현의 나비효과

우리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 우리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중국 최고위급 관료의 발언이 있어 더 화제다.

왕치산王峙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업무보고 자리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해서다. 왕 서기는 한국 드라마가 왜 중국의 안방을 점령했는지, 바다 건너 미국과 유럽에까지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료가 중국 예술 발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왕 서기가 한국 드라마를 언급한 것이다. 왕 서기는 “한국 드라마가 강한 건 전통문화의 승화 때문”이라며 나름대로의 분석도 붙였다고 한다. 왕치산은 정치국 상무위원 신분으로 중국 권력 서열 6위의 거물이다.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수현이 지난 4월 현대차의 베이징모터쇼 모델로 참가하자 입장권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또 다른 한류스타 이민호도 기아차 모델로 동영상을 통해 인사했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별그대’ 마지막 편에서 뜨거운 키스를 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남자 주인공인 김수현은 중국에서 팬미팅 등 불과 여덟 시간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수억원을 벌어들여 화제가 됐다. 사람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대사까지 화제가 됐는데 여자 주인공 전지현이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라는 말로 중국 내에서 때아닌 치맥 열풍이 불었다고도 한다. 여기서 치맥은 치킨과 맥주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덕분에 드라마가 방영된 뒤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선 한국식 치킨, 한국식 치맥을 먹어봐야 할 필수음식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이처럼 큰 인기를 모은 건 2005년 드라마 〈대장금〉 이후 거의 10여 년 만이다. 〈대장금〉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시아, 아랍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끌었다. 〈대장금〉의 어머어마한 인기는 역설적으로 중국 안에서 한국 드라마가 견제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해외 영상물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당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영상물 대부분이 한국의 것이었단 점에서 사실상 한국을 타깃으로 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았다.

예컨대 2006년부터 국영방송인 CCTV에서 연간 수입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를 네 편으로 제한했고 방송 시간도 축소시켰다. 황금 시간대인 오후 7∼10시 사이에는 아예 한국 드라마를 방송할 수도 없게 했다. 이를테면 한국 대중문화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개방은 피할 수 없다

그간 정부가 주도해 외국 영상물을 강하게 규제해 왔던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별에서 온 그대〉에 대한 중국 당국의 호의적인 대응은 퍽 이례적이라는 말이 많다. 중국의 정책에 변화의 기조가 보인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바로 인터넷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외국 영상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동영상 사이트가 무척 잘 되어 있다. 이 사이트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 드라마 판권을 정식으로 구입해 중국인들에게 서비스하는 중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최고위층이 언급할 만큼 인기를 얻었지만 놀랍게도 아직 중국 텔레비전을 통해서는 방송되기 전이라고 한다.

이미 언급한 한국 드라마 쿼터제 때문이다. 지상파가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방송만으로도 중국 대륙을 들었다 놨다 한다니 가히 놀라운 인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현대 중국인들이 인터넷을 많이 하고 인터넷을 통한 해외 정보의 취득에 익숙하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 농심 라면이 김수현 전지현의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 덕을 톡톡히 보았다. 드라마 방영 이후 2014년 상반기부터 중국 내 라면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별그대’ 드라마에서 여행 도중 라면을 먹었다. 중국인들은 별그대도 사랑하지만, 별그대에 나온 한국식품도 사랑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곤란해 하는 중국 당국의 모습은 불과 10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가 1990년대 후반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한 것도 PC통신이라는 신기술 때문이었다. PC통신의 보급으로 일본 대중문화 규제가 더는 의미 없는 규제가 된 것이다.

지금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문물이 반입되는 걸 막으려면 중국 당국은 지상파 방송만 통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시대에서 이는 점점 더 여의치 않게 될 것이다.

동양 문화의 중심이라는 중국 특유의 중화주의가 그간 문화적 죽의 장막의 근거가 돼 왔다. 최근 중국의 국민배우이자 정협위원인 자오본산(趙本山)은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 인기를 끄는 작품을 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은 나라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쑥쑥 뽑아내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안다. 경제든 문화든 스포츠든 자유롭게 만나 함께 교류하고 경쟁하는 데서 창출된다는 걸 말이다.

중국이 경제는 물론 문화 분야에서도 개혁 개방에 앞장서 영화나 노래, 드라마 같은 우수한 콘텐츠를 세계에 내놓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