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세력, 대남적화 노선 추종…자유민주주와 시장경제 지켜야

   
▲ 조동근 명지대 교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제18차 공개변론을 끝으로 심리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통진당 해산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심판이기에 사실관계와 법리에 입각해 신중하게 선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베니스위원회’가 1999년에 채택한 ‘정당의 해산과 금지 그리고 유사조치에 대한 지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지침은 정당해산 및 활동정지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비례적이고 보충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폭력 사용을 통해 민주적 헌정질서를 전복하려 한 정당만이 해산 및 활동정지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헌법은 정당을 헌법으로 보호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있다. 헌법 제8조의 정당해산 요건이 그것이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그 해산을 헌재에 제소할 수 있고 헌재의 심판에 의해 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진당 사건은 결국 통진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해쳤느냐는 것으로 압축된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현실적 위협 여부, 북한이 추구해온 적화통일론의 동조 및 전파 여부 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지난달 25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최종변론이 열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통진당의 핵심세력은 북한을 추종하는 민족해방(NL) 계열로 그들이 견지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통진당의 민중주권론은 국민주권론에 위배되고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사실상 노동자계급 혁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경제질서에 배치된다.

강령과 정책뿐만 아니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도 폭력적이다. 혁명조직(RO)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내란을 음모해 대한민국을 파괴시키려 했고, 정당 활동을 빙자해 반국가 전력자들을 요직에 배치해 반국가활동을 꾀했다. 이석기 사건을 당 차원에서 비호한 만큼 내란음모 시도 역시 통진당의 활동으로 봐야 한다.

통진당은 자신의 강령과 노동당 강령은 다르며, 이념과 가치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전제인 만큼 정권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방어적 민주주의’를 명분 삼아 정당해산을 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해산청구는 노동자·농민·서민의 참정권을 박탈하고 국민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남북화해의 헌법을 냉전시대의 헌법으로 가두려 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통진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는 등의 목표를 강령에 명시할 리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대남적화노선을 추종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념의 다양성이 ‘사회주의 수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평화통일선언이 연방제를 지향하는 통진당의 활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근거에 의한 정당해산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일 수는 없다.

정당해산의 ‘충분성’과 관련해, 1956년 독일 헌재가 독일공산당 해산결정을 내릴 때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재적 위험성이 없더라도 정당해산이 가능하다고 한 결정을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독일 헌재가 소속 의원들의 자격을 상실케 한 것도 개별 의원이 위헌적 정당 이념을 계속 대변하는 한 정당해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북이 대치 중인 우리의 현실은 독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하다.

정당의 존속여부는 유권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이용해 헌법을 파괴하는 정당이 보호돼서는 안 된다. 통진당 해산은 여느 정당의 해산과 다르다. ‘이념의 다양성’은 가치이지만 무제한적일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정체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위를 수호하기 위해 통진당의 해산은 불가피하다. 헌법 파괴세력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 간절히 요청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