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코리아 디스카운트 비화…협업 위기관리체계 돌입해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지구상 곳곳을 다녔지만 아직 실크로드를 못 가봤어요. 유라시아 대륙 횡단하는 실크로드 탐험에 나서는 게 남은 꿈입니다.”

딱 20년 전 조중훈 한진그룹회장 인터뷰 내용이다. 당시 나는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 출입기자로서 그룹 총수 단독 인터뷰 기회를 어렵사리 잡고 서소문 본사를 찾았다. 회장실에는 한자로 내건 현판이 있었다. 輸送保國. 육해공 수송 사업으로 나라를 지키고 돕고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룹을 일으킨 조중훈 회장은 외항선원 마도로스 얘기도 해주고 24시간 넘게 걸리는 남미 브라질 노선 경험담도 들려주었다. 자신의 청년 시절 포부가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렇게 수송외길 수송보국을 기업이념 사시로 품은 벤처기업 진정성에 화답하듯 대한민국은 국적기 브랜드 대한항공(KAL)을 1969년 3월 부여했다.

그로부터 45년. 마냥 발전하고 비상하고 뻗어나가던 대한항공이 별안간 덜컥 돌발 비상상황을 맞게 되었다. 그러더니 요 며칠 만에 KAL의 땅콩회항사태가 이미 상당히 걷잡을 수 없는 국가적 상황으로 번지게 되고 말았다. 코리안 에어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뉴스와 보고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 실추가 국가와 지역의 망신으로 비화되는 불명예스러운 최악의 케이스에 이번 대한항공 사태가 추가되고 말았다.

   
▲ ‘항공기 회항’ 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 본사의 모습.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의 실책으로 기업이 피해를 보는 컨트리 리스크는 종종 드러나지만 기업으로 인해 국가가 도매금으로 당하는 컨트리 배싱(bashing: 때리기)은 흔하지도 않고 뭔가 억울하다는 사실이다. 기업과 국가는 이미지 메이킹을 포함한 종합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당연히 분리되는 때문이다. 웬만한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고 다국적, 초국적 세계경영을 하는 대기업으로 갈수록 국가라는 후광효과는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이번 대한항공 추태는 대한민국 국가이미지와 밀착되어 함께 망가지는 거의 전대미문 특수 상황으로 비화되고 있다. 아예 이참에 ‘대한’을 떼어 내버려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들도 인터넷에 꽉 차오르고 있다. [대한] 항공인 게 부끄럽다는 여론, 이것 정말 심상치 않다. 이미 대한항공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버렸음을 뜻한다.

대한항공이 불 지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민국이 즉각 대처하고 이른바 협업시스템 위기관리체제에 돌입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일개 기업의 해프닝 가십쯤으로 여기고 꾸물대다간 자칫 한강의 기적과 한류, 디지털 리더로서 쌓아 왔던 신화가 너무도 허무하게 깨질지 모른다. 기껏 획득한 소담한 명성이라는 자산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

우선 플랫폼 외교라는 합주가 필요하다. 불매운동 진원지 뉴욕에서부터 영사관 문화원 세종학당태권도 도장들 모두 힘을 합쳐 코리안 퍼레이드, 코리안 나이트를 꾸며야 한다. 평창 올림픽 홍보도 앞당기고 연말 시즌에 K POP 합동 콘서트도 깜짝쇼든 바람몰이든 화려하게 펼쳐 보이고. 글로벌 PR 대응도 야무지게 해야 한다.

마침 동계올림픽 한일 분산개최를 종용한 IOC에다가는 ‘남북한 분산개최 추진’ 같은 굿 뉴스로 화답한다면 그야말로 스토리가 있는 대한민국 홍보, 마케팅으로 전 세계 미디어에 각인시킬 수 있다. 이런 활동에 정부 대변인과 마케팅팀이 산타와 루돌프처럼 겨울왕국을 휘젓고 다녀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나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관들도 ‘Korean Experience’와 같은 전략적 슬로건을 내걸고 재빨리 움직여 줘야 한다. 진짜배기 한국 체험 정수를 특판 하는 바겐세일에 예산 폭탄을 안겨서라도 이 위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제압하는 액션 몸부림을 쳐봐야 한다. 물론 대한항공도 결자해지해야 하니 해외 현지 미디어 광고부터 대폭 늘려 “미국 어디까지 가 봤니?”라고 매혹시켰던 감성마케팅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스스로 돕고 스스로 일어서는 공격 경영에 매진해야 한다.

이런 모든 노력을 집결시켜 효과적으로 알리는 미디어 플랫폼도 이번 기회에 체크하자. 대한민국 브랜드 관리라면 글로벌 무대에서 고작 아리랑 TV, KBS 월드 정도가 최전방에서 고립되어 고군분투하고 있을 따름이다. 35세 이하 새로운 여론주도층은 아예 관심 밖인 올드미디어들이 할 수 있는 홍보, 마케팅은 별로 없다. 지구 오지까지 꿰찬 디지털 인류들에게 본방사수를 읍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위기 극복을 기대할 순 없다.

지금 문화부, 미래부, 방통위, 외교부 등으로 흩어져 맥 빠진 정부 시스템과 수십 년째 어느 기업 사내보 수준으로 맴도는 정책브리핑, 홍보물 발간 등으로는 이번 같은 국가적 현안에 제때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유투브나 중국 요쿠투도우 같은 플랫폼 채널에라도 입점해 리얼타임으로 대한항공 뉴스 수신자들을 공략하는 디지털 외교를 감행해보여야 한다.

동시에 아리랑 TV와 KBS 월드, 연합뉴스, EBS 등을 통합하는 자체 미디어 플랫폼을 국가 포털처럼 재창조해 모바일, 스마트 미디어까지 커버하는 강력한 인프라 구축까지 완비하면 좋겠다.

이런 혁신적 외교 플랫폼에 올라타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스마트한 플랫폼 외교가 아니고서는 지금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불길은 결코 잡지 못한다. 수송보국으로 일어섰다 수송부국까지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수송 부담만 주는 막장드라마로 대한민국까지 끌어들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든 끊어야 한다. 나라 홍보와 기업 회생을 체계적으로 리드하는 보이스 오브 코리아(VOK), 스마트한 플랫폼 기반 외교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집중할 천혜 기회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